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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듭니다

예림의집 2019. 2. 22. 18:19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듭니다


진주조개는 잘못 삼킨 이물질에 소화기관이 상처를 입으면 이를 녹여없애기 위해 강력한 소화액을 분비한답니다. 이때 그 이물질이 소화되지 않으면 분비물이 둥글게 감싸 점점 자라 영롱한 진주가 된답니다.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표적 코코·샤넬의 슬픈 기억을 아십니까?

소녀의 첫사랑을 바쳐 사랑했던 어느 남성은 가을 아침의 안개처럼 떠나버리고 홀로 딸아이를 키우던 그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은 아이의 병이었습니다. 몽빠르나스 뒷거리 어느 이름 없는 양재점에 견습생으로 일하던 그녀에게 아이를 병원에 대려 갈 돈이 없었습니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아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일생에 단 한번 몸을 팔았습니다. 인적이 드문 파리의 밤거리에 나와 지나는 사내에게 "나를 사세요." 그리고 자신을 판 돈으로 아기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와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안고 '나 기어이 성공하리라.' 하늘에다 맹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노여움의 에너지 위에 자신의 꿈을 쌓아 패션과 향장에서 전 세계 톱 클래스의 사업을 일굽니다. 전설의 향수 <샤넬 넘버 5>,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클래식 패션 <샤넬룩>을 창시하므로 그녀는 죽어서도 영원히 살아있는 신화를 일구었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역사상 가장 빼어낳던 샹송 싱어 에디뜨·삐아프 역시 이름 없는 목로주점에서 노래하던 시절 바텐더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버림받아 외롭게 살던 시절 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살리려 싸락눈 흩날리는 샹젤리제 거리에 하루 저녁 몸을 팔았습니다. 오열이 터져 나오는 입술을 악물고서..

그날 이후 에디뜨·삐아프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고뇌와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영혼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답니다. 절절한 아픔이 담겨있는 그녀의 샹송은 대철학자 사르트르의 격찬을 얻게 되었고, 듣는 이들의 심혼을 사로잡아 불멸의 성좌에 올랐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아픔을 노래한 그녀는 온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어디 그녀들 뿐이겠습니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빼어난 미모와 지략을 지니고 환락가의 밤꽃이 되었던 무지컬 <에비타>의 주인공 에바·페론 역시 자신의 영혼 속에 남겨진 상처에서 진주를 만들어냅니다. "내 비록 가난하여 웃음을 팔고 살지만 세상을 바꿀만한 포부를 지닌 사내가 아니고는 결코 사랑하지 않으리라." 하고 다짐하고 있을 때 패기만만한 청년 장교 패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를 부추겨 쿠데타를 일으키게 하여 아르헨티나의 정권을 장악하였습니다.

그다음 온 열정을 바쳐 아르헨티나의 가난을 몰아내는 데 일생을 보냅니다. 그리고 때때로 변장한 차림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를 찾아 그들의 고통이 무언가를 직접 살펴 구제해주는 빈민가의 성모 마리아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난한 아르헨티나의 서민들은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를 목매어 부르곤 한답니다. 

어찌 여성들 만이겠습니까!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아브라함 링컨의 좌절과 성공은 <진주 만들기>의 한 전형이라 하겠습니다. 두 팔이 없이 태어난 존·포페 청년은 끊임없는 창의력으로 장애를 극복해 위대한 미국인 청년상을 수상했으며 루게릭 병으로 전신마비가 된 찰리·위드마이어 역시 자신이 지도하던 가토스고등학교의 축구부를 챔피언으로 이끌어 불굴의 미국인으로 존경받고 있지요.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천문학자로 인정받는 스티븐·호킹 박사 또한 루게릭으로 전신마비의 처지에 있습니다. 이처럼 영혼의 상처를 감싸 안을 줄 아는 이들만이 진정한 삶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법인가 봅니다. 위에 열거한 이들보다 우리가 불리한 것을 굳이 찾는다면 우리는 아직 우리의 영혼을 기울여 감싸 안을 상처가 없다는 것뿐이랍니다.

그러나 그 처절한 고통을 누가 희망하겠습니까? 아무도 바라지 않겠지요. 다만 우리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울여 보다 가치 있는 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일에 열과 성을 기울인다면 육체적으로 불편한 이들보다 더 많은 성취가 가능하겠지요. 드넓은 바다에는 끊임없이 파도가 일고 태풍이 불어오듯 어여쁜 뜻을 지닌 우리들 앞에 시련은 다가오게 마련인가 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파가 끊임없이 상하의 그래프를 그리듯.. 주저앉아 탄식만 하거나 좌절의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나아갑시다. 세상 속으로, 격렬한 몸짓으로 비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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