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과 리브가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 새벽, 마음이 절박했습니다. 발길이 급히 교회를 향했습니다. "주여.." 하는 외마디 외침에 그간의 모든 사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도해 왔던가. 이제는 배필을 달라는 간구 대신, "오늘 만나서 뭘 해야 이 여자가 제 배필인지 알 수 있습니까?" 하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묵상했던 성경 인물들 가운데 이삭과 리브가가 떠올랐습니다.
성경을 펴서 이삭과 리브가에 관한 본문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신붓감을 데리고 돌아가려 하자 그녀의 친정 식구들이 며칠 혹은 열흘 정도 더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한 뒤 데려가라 합니다. 이에 그 종이 거듭 간청하니, 아버지 브두엘이 리브가의 의향을 묻습니다. "내가 이 사람과 함께 가려느냐?" 이어지는 리브가의 거침없는 대답. "가겠나이다"(창세기 24:58).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리브가는 대체 뭘 믿고, 애 이토록 발리 친정집을 떠나려는 거지?' 그러면서 거듭 성경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하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사 나의 주인의 동생의 딸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택하게 하셨으므로.."(창세기 24:48상), "여호와께서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셨으니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창세기 24:56).
그렇습니다. 결혼 상대나 그 집안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결혼의 전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가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리브가는 모든 여정을 하나님이 인도하셨다는 종의 신앙고백을 듣고 지체하지 않고 함께 가기로 결정했음이 분명합니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라 해도 만남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님의 인도로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묵상을 통해 그녀가 나의 리브가요 나의 아비가일인지 분별할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기도 모임을 통해 만나긴 했지만 단둘이 만나기는 처음인 그날, 나는 그녀에게 "우리의 만남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인다면 저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프러포즈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곧장 '예스'라고 답한 그녀가 바로 내 아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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