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과 신약의 앙상블 요한계시록
요한계시록에 사용된 언어는 꽤 흥미롭습니다. 사도 요한은 히브리적인 사고와 그리스적인 화법이 결합되어 있는 흔치 않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마치 히브리라는 영혼이 그리스라는 육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과도 같습니다. 영혼이 육체를 지배하면 육체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요한계시록의 아이디어와 이미지는 대부분 구약 성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아디어와 이미지는 히브리적이지만 언어는 그리스적입니다.
학자들은 요한이 보여주는 그리스적인 언어가 요한복음에 사용된 그리스적 언어와 다르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문법을 적용해 히브리어적인 사상을 더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구약 성경이라는 실을 가지고 신약 성경이라는 베틀로 새로운 옷감을 만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사용했지만 천의 무늬나 색깔은 이전보다 더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말하자면, 요한계시록은 구약과 신약을 섞어서 만들어낸 새로운 옷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이 주로 '상징(symbolism)'으로 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요한 계시록의 대부분은 그 시대의 거울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요한계시록의 '그림 언어'를 보면 난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전에는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을 해석할 때, 역사, 문학, 전쟁사, 철학, 수사학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야합니다.
우리에게는 동양 또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림 언어 자체가 낯설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성경은 그림 언어로 쓰인 영감의 책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상징이나 그림 언어가 메시지를 더 이해하기 쉽게 전합니다. 그러므로 서양인도, 동양인도 그림 언어를 읽는 방법을 배우면 됩니다.
상징이나 그림 언어는 어느 한 순간의 장면을 포착한 그림과도 같습니다. 지금의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어떤 상황이나 사물의 전체적인 인상을 보여주는 데 큰 의미를 둡니다. 그림의 세세한 부분은 전체적인 인상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그림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다른 말로는 성령의 영감을 증언합니다. 그림 언어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지구의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림 언어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지역에 있는 살마도, 심지어 원시행활을 하는 사람까지도 그림 언어를 이햐할 수 있습니다. 고도로 양식화된 언어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림'이나 '이야기'는 오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언어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매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성경은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책이지만, 현대인에게 새롭고 급진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경에서 그려지는 그림들은 '원칙'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법칙은 때에 따라 변하지만 원칙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세세한 부분들은 시대마다 조금씩 변합니다. 그러나 원칙은 인간의 본성처럼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남반구든 북반구든 어디서나 늘 한결같습니다.
요한계시록은 주로 히브리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에 그림 언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요한계시록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됩니다. 요한은 히브리인으로 태어났고 히브리인 부모 밑에서 자라낫습니다.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부터 히브리 성경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요한에게 그리스 문화는 히브리 세계에 들어온 작은 외부 세계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요한이 밧모 섬에 유배되었을 때, 예수님의 부활, 교회의 성장, 현재 일어나고 잇는 그리스도인의 박해 등 일련의 과정을 돌이키면서 예스 히브리 예언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품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다스리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해 조금도 의심 업싱 구약의 예언서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습니다.
성령께서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요한을 특별한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비롯해 모든 기억을 되살리고 지금가지 일어난 사실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했습니다. 좀 더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면서 진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성과 감성을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히브리의 정신과 그리스의 육체가 결합된 요한게시록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에는 성경의 모든 예언이 축약되어 있습니다. 성경의 모든 예언이 바로 요한계시록에서 다시 만납니다. 약 2,000년간의 영감이 이 책 안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와 선지자, 역사가와 입법자, 복음서와 서신서가 모두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모여듭니다. 요한게시록의 목적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예수님 재림" 사이의 시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한데 모아서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