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사랑초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예림의집 2017. 12. 8. 09:47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삶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그러기에 우리의 사랑은

한 세상 어느 한 철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더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가는 사랑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말야.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흘러

바위를 깎어나 갯벌 

허무는 밀물과 썰물 보다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길 소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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