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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와의 상담

예림의집 2017. 10. 2. 07:56

어느 부부와의 상담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에 꼭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어느 날 복잡한 문제로 애를 태우던 어느 부부가 목사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내는 임신 중이었는데 홍역에 걸리는 바람에 아이가 결함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부부에게는 이미 세 아이가 있었습니다. 의사는 부부에게 낙태 수술을 권했는데, 아내는 수술을 원했지만 남편은 반대했습니다. 부부는 도저히 마음을 정할 수 없었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시기도 거의 다 지나서 이제는 일주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국 목사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묻게 된 것입니다.

목사는 부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이 문제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결정은 부부의 몫이었습니다. 목사는 다만 고민을 들어주고,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하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을 내려주는 일은 힘들기만 할 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답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면 부부는 자기들이 그런 생각을 해내지 못했다면서 스스로를 자책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부부가 목사에게 답을 듣고 그 답대로 따른다면, 그만큼 부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능력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목사가 부부에게 마음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요한 의견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가 교회는 낙태에 대해 반대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면, 목사는 개신교는 일반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알려줄 수도 있고, 그러면서 그것은 의료 문제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의사의 소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물어올 때는 대답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목사들은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에 대해 걱정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저들이 아라야 할 무언가를 이야기해줄 때면 괜히 마음이 꺼림칙합니다." 보모들 역시 아이에게 책임을 맡기는 것에 겁을 먹고 단호하게 행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대화의 원리'를 적용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즉, 부모는 자녀와 관계를 맺는 책임을 다하면서도 아이가 맡아야 하는 책임을 빼앗지 않아야 합니다. 교사 역시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학생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지 말아야 하고, 목사도 제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성도들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흐는지 지시해서는 안 됩니다.

자! 여기서 퀴즈 하나를 드립니다. 그려면 이 목사는 상담받는 부부에게 무엇이라도 말해야 할까요? 정답은 "당신들을 지지합니다. 당신들의 이 문제를 위해서 주님께 끊임없이 기도하겠습니다!"입니다. 전능하시고, 사랑이신 주님과 그 부부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