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통시적 방법(the Diachronic Method)
구약신학을 형성하기 위한 통시적 방법은 1930년도에 발전된 전승사 연구(traditio-historical research)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그 당시 창립자 중 한 사람이었던 폰 라드는 “자신이 볼 때 신학적으로 중요한 사상에 도달하기 위하여” 통시적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했다. 1957년과 1961년 그는 구약신학을 두 권으로 출판하였다. 이 책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사상과 연구들로 가득 찼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폰 라드는 통시적인 전승사적 방법으로 구약의 퀘리그마(선포) 혹은 고백을 “다시 말하고자(retelling)”하였다. 통시적 연구는 이미 고착된 구약 본문 아래에 깔려있는 단계적인 층(successive layers)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아마 우리는 구약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이스라엘의 신학적 활동”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새로운 시대를 위해 계속 새롭게 다듬어갔다. 하나님의 활동을 계속 새롭게 다듬는 작업이 결국 고대의 신앙고백으로 만들어졌고, 이것들은 다시 자라서 엄청난 분량의 전통이 되었다. 폰 라드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전통들을 통시적으로 분석하여 구약신학을 씀 최초의 학자이며 유일한 학자이다.
폰 라드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구약신학』은 역사적인 전통과 예언적인 전통의 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여기에서 통시적인 방법을 충분히 사용하여 자신의 구약신학을 다듬어 나간다. 그는 전통들의 신학을 소개하기 위한 서문에서 전승사 방법으로 재구성된 야웨 신앙(Yahwism)의 역사와 이스라엘의 거룩한 제도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역사적 연구는 비평적으로 확증된 처소지(a critically assured minimum)를 찾으며, 선포적 그림은 신학적인 최대치(a theological maximum)를 향한다”고 주장한다. 즉 폰 라드에게 있어서 구약신학이란 역사비평적으로 확인된 최소한의 구약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구약 신학자는 이스라엘의 믿음으로 그려진 “선포적 그림(kerygmatic picture)”은 “실제적인 역사(the actual history)에 근거하고 고안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사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역사비평적 연구가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역사적 경험의 차원에서 자신의 증언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따라서 구약신학의 주제는 무엇보다도 “증언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다루는 데 있지 “체계적으로 다듬어진 믿음이나 사상의 세계”에 있지 않다. 이 증거들의 세계, 즉 “이스라엘이 야웨에 대해 스스로 증거하는 것”, 즉 “역사에 나타난 야웨의 말씀과 행위”는 위에서부터 내려온 순수한 계시도 아니며 아래서 솟은 순수한 인식도 아니고 “믿음으로 그려진 것이며”, 따라서 “고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역사 속에 나타난 지속적인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이 고백문들이 바로 구약신학의 올바른 주제가 된다. 폰 라드는 케뤼그마 신학으로 구약 연구에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음이 분명한다.
본 라드는 보다 온전한 “선포적 상”은 보다 깊은 실재의 차원에 담겨 있기 때문에 구약신학은 바로 이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구약의 고백적이며 따라서 선포적인 증거들 위에 근거한 이와 같은 신학화 작업은 이스라엘 역사를 역사비평적으로 재구성하는 것과는 여전히 무관한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후자는 구약의 믿음과 역사에 대한 선포적 그림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을 폰 라드는 강조하고 싶었다. 그에게 있어서 역사가들이 이스라엘의 역사를 재구성한 그림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기 때문에 구약신학이 다루어야 할 구약 증거들에 담겨 있는 총체적 실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바로 이것 때문에 그는 자신의 신학에서 구약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자신의 구약신학을 역사성이 문제시되지 않는 사건들의 역사 비평적 해석에 근거하여 세우고 있지 않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폰 라드는 현대의 역사기술 방법들과 전제들에 대해 예리하고 신랄한 비판을 내리고 있다. 그의 비판은 비평학계가 스스로 자성할 기회를 마련하였고, 그의 비평은 규범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진일보한 것이지만, 폰 라드가 마음에 그리고 있는 역사는 전통의 역사(history of tradition)요 혹은 전통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경험들이기 때문에, 그것은 너무나 자주 구약의 증언에 미치지 못한다. 그의 신학 작업에 있어서 바로 이 점이 전승사(Traditionsgeschichte)와 역사(Historie)와 구원사(Heilsgeschichte)의 관계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바로 이 점을 우리가 다루어 보자.
폰 라드는 자신이 새로운 방식으로 구약신학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는 것(retelling, Nacherzaehlen)은 구약성경에 대한 신학적 서술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형식이다.” 폰 라드가 이해한 “다시 말하는 것”이란 무슨 뜻인가? 신학자나 설교자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것은 구약이 말하는 것을 현대인을 위해 신학적으로 설명도 하지 않고 재방송하듯이 단지 다시 말하라는 것인가? 폰 라드의 “다시 말하는 것”은 모호하다.
폰 라드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말한다”는 개념을 선택한 것 같다. 그는 구약성경의 속성상 그 어떤 체계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도 그와 같은 생각이다. 폰 라드는 구약에 “중심(Mitte)”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구약이 자신의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냥 새로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의 선포적-고백적 증언들을 역사적으로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설화를 “다시 들려주는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폰 라드는 강조한다. 이 방법이 실천신학(applied theology)에 가져올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이 문제와 연관하여 바움가르텔은 우리가 단지 호세아 1-3장에 기록된 것만을 다시 말한다면 어떻게 이 본문을 신학적으로 정당하게 다룰 수 있겠는지 묻는다. 어떻게 우리는 이 본문을 다시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다시 말하는 것(retelling)이 구약에 대한 정당한 신학적 서술이 될 수 있을까? 폰 라드가 원래 제시한 “다시 말하는 것”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그가 최근에는 더 이상 이 방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방법이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초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폰 라드가 이 방법을 통하여 구약을 현대인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려 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소위 과학적이거나 역사비평적인 연구 방법이 만든 과거와 현재 사이의 거리감은 오늘날 성경 신학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어떻게 성경의 본문을 오늘날에 적용할 것인가? 오늘날 사람들은 다양하게 성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기능적인 접근(functional in approach)을 하고 있다. 이것은 고전적 형태의 자유주의이든 어떤 신정통주의이든 상관이 없다. 더구나 이 점에 있어서는 현대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성경을 오늘날에 맞도록 한 “현실화 작업(actualization, vergegenwaertigung)”은 폰 라드의 공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용어는 그로브가 “성경 본문을 현대화하기 위하여” 제시한 여러 방법론에서 선택한 것이다. “현실화 작업”은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석학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그로브가 말한 바와 같이 폰 라드가 창안하여 발전시키고 베스터만, 포르테우스, 아크로이드, 앤더슨, 브루거만, 샌더스, 그 외에 많은 구약 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수정하였다. 그로브는 폰 라드의 사상을 엄밀하게 분석하면서 “현실화 작업”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폰 나드는 현실화 작업을 구약신학에 가장 완전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그가 사용한 식대로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나아가 “폰 라드는 연대기적인 현실화 작업 개념을 구약성경 자체가 옛 전통을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묘사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발전시켰으나, 그나 다른 어떤 학자도 이 개념을 진공 상태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로브는 제의 의식과 역사, 그리고 시간의 개념에 관한 한 폰 라드의 현실화 작업, 즉 “폰 라드의 연대적인 현실화 작업의 독특성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폰 라드는 성경의 전승-역사적 통일성(traditio-historical unity)에 근거하여 구약을 신약과 연결시키고 있다. 현실화 작업을 주장하는 폰 라드와 다른 여러 학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장 초기 전통들로부터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일련의 증거들”에 호소하여 역사비평학이 만든 과거와 현재의 거리감을 메우려고 한다. 그로브는 구약 안에서와 그 이후에도 연대적인 현실화 작업이 연속적인 고리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기독교적 해석의 역사는 연대적인 현실화 작업의 전체적인 구도를 깨어버린다. 그러브의 결론이 멋있다. “전승사적 방법은 자주 순환 논리와 보잘 것 없는 재구성과 본문을 파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작업에 근거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이 비평 방법은 본문을 지배하게 되고 그 해석을 결정해 버린다 … 최종적으로 볼 때, 이 방법은 구약성경을 다루는 데 사용되는 현대 방법론들이 갖고 있는 갈등과 생략과 왜곡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구약성경을 신학적이고 역사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성경 내적인 근거를 찾아가는 작업은 아직도 요원하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위한 구약의 신학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또 다른 근거를 찾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통시적 방법”에 대해 말한 모든 것이 다음 부분에서 다루려고 하는 “전통형성의 접근법(formation-of-tradition approach)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그것이 똑같은 방법론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오경 혹은 육경의 층들(J, E, D, P)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의견이 분분하다. 엘로힘 문서(E)라는 역사적 층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유명한 학자들이 여러 번 의문을 제기하였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소위 야웨주의자(J, Yahwist)와 제사장 저자들(P, Priestly Writers)의 층이 정말로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소위 P의 층과 신명기학파(D층) 안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연구되었다. 새로운 연구들이 다양한 문서의 층과 정통의 층에 대해 다루어지고 있으며 전승사 방법의 신학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전승사 방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자료의 신학적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경향은 소위 야위스트를 10세기만큼이나 일찍 잡는 것과 “야위스트”의 통일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근거는 슈미트가 강조한 것어럼 야위스트의 전통 형성이 신명기적-신명기사 학파적 전통의 형성과 아주 유사하다는 데 있다. 이미 1974년에 렌토르프는 “야위스트”를 신학자로 보는 데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고, 그 후 오경의 전승사 문제에 대해 쓴 새로운 연구 논문에서 그는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렌토르프의 연구는 야위스트의 신학이 있다는 생각을 일축하고 있으며 “제사장적” 신학층의 존재에 대해 유보적 지지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노트의 연구와 같이 오경에 나타난 “여러 주제들(themes)”과 연관된 오경의 “신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 모든 것들이 화이브레이, 반 시터스, 웨그너, 코오츠와 클레멘츠와 같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활기 있게 논의되고 있으며, 전승사적 방법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운동의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결국 이 소요는 통시적인 전승사 신학에 궁극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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