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잠들면 얕은 잠, 공부 내용 오래 기억 못한다
‘건강한 잠, 행복한 삶’ 잠은 도대체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잠을 자면 인체 근육과 신경 등이 휴식상태에 들어가며, 젖산 등 낮 시간에 축적된 갖가지 피로물질이 분해된다. 성장호르몬 등 여러 유용한 호르몬이 분비돼 성장과 신진대사 등을 촉진한다.
반대로 수면의 질이 나빠지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해지면 신체와 정신의 피곤이 쌓여 손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지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잠은 정보처리와 갈등해소의 기능도 있다. 사람의 꿈은 기억을 정리`분류`삭제`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꿈을 통해 사람의 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불필요한 ‘쓰레기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본 수면 이야기와 갖가지 수면 장애에 대해 앞으로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잠 때문에 학교, 직장이 싫어지기도
중학생 강소희(가명`16)는 지각대장으로 유명하다. 초등학생 시절엔 즐겁고 신나게 학교생활을 잘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뒤 저녁에 학원을 다니고 늦게까지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져 거의 매일 엄마가 두세 번을 깨워야만 일어나고, 아침도 자주 거른 채 등교했다. 지각 횟수가 점점 잦아지더니 급기야 시험 도중에 깜빡 잠드는 바람에 시험을 못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수업시간에도 졸았다.
그러나 저녁 시간이 되면 졸리지도 않고, 오히려 공부가 잘된다며 학원에 잘 다녔다. 오후 10시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다가 새벽에야 잠들곤 했다. 결국 최근 들어 아침에 못 일어나서 수시로 지각을 하게 됐고, 공부한 만큼 성적도 나오지 않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수시로 하게 됐다.
새내기 간호사 조미선(가명`24) 씨는 2년 전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병원에 취직했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이라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너무 피곤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환자들에게 짜증내는 일이 잦아졌다. 낮 시간에 심하게 졸리고 의욕이 떨어져 우울해지고, 그렇게 하고 싶던 간호사 일까지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일의 특성상 3교대를 하다 보니 낮시간 근무 때는 즐겁게 하다가 며칠간 야간 근무를 하고 난 뒤엔 극심한 피로감과 낮시간 졸음이 쏟아졌고, 두통까지 생겼다. 점점 간호사 업무에 흥미가 떨어지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다.
◆깊은 잠은 오전 2시 정도에 끝나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사람의 잠은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나뉘며, 흔히 꿈을 꾸는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 단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렘은 꿈을 꿀 때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잠이 들 땐 얕은 잠인 1단계를 거쳐 점점 깊은 2→3→4단계로 진행한다. 4단계가 끝나면 렘수면 단계로 올라와 꿈을 꾼다. 렘수면이 끝나면 다시 1~4단계 중 어느 한 단계로 돌아갔다가 다시 렘수면으로 돌아오기를 하룻밤에 4~6회 반복한다.
전체 수면시간 중에 처음 3분의 1 정도에 깊은 잠, 즉 3`4단계 수면이 집중돼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분의 1 정도에 렘수면이 집중돼 있다. 깊은 잠을 자는 단계에선 외부 자극이 없이는 저절로 잠에서 깨는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깊은 잠은 보통 오전 2시 정도에 끝나고, 그 이후엔 얕은 잠과 렘수면이 수차례 반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꿈도 한 번 안 꾸고 푹 잤다’ ‘평소 거의 꿈을 안 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성인이 잠자는 시간 중 20~25%, 아기가 잠자는 시간 중 절반 정도는 꿈을 꾼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개 심리적이고 애매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논리적인 사람보다 더 잘 기억한다. 꿈꾸다가 또는 꿈을 꾼 직후 깨면 더 잘 기억한다.
한편 일반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시간은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 8시간 정도로 본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4, 5시간만 자도 다음날 졸리지 않고 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그 정도 수면이 적당한 것이다.
◆최적의 수면시간, 사람마다 달라
과연 잠은 필요에 따라 얼마나 줄일 수 있으며, 얼마나 자야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일까? 결론은 사람에 따라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하루 30분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낮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다른 사람이 많이 잔다고 따라하거나 적게 잔다고 따라 할 수도 없다. 무리해서 잠을 줄이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불리한 여건만 만들 뿐이다.
잠이 부족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잠을 줄이면 스스로 낮 시간에 정신을 집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미세수면이 발생해 깜빡깜빡 졸게 된다.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입력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김지언 교수는 “학습 결과를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간 기억하려면 공부한 뒤 깊은 잠을 자고 꿈을 꾸면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저녁까지 공부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덜 자고 더 많이 공부하겠다는 각오보다 오히려 충분한 잠을 취한 뒤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라고 했다.
앞서 중학생 강소희 양의 경우, 수면장애 중 ‘지연수면위상증후군’이라고 한다. 즉 잠자는 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나면서 정신이 맑아야 할 낮 시간에 질이 떨어지는 잠을 자고, 피로가 쌓여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진다.
성장기 청소년들은 충분히 자야 성장호르몬(깊은 잠에서 분비됨)이 제대로 나온다. 김지언 교수는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교생이나 대학생은 하루 평균 1, 2시간씩 수면박탈 상태에 만성적으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그로 인한 건강상 위험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우리 사회도 건강한 수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김지언(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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