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의 결과
시기는 다툼(고전 3:3; 고후 12:20)과 분쟁(롬 13:13), 중상, 한담, 수군거림, 미움(딛 3:3; 벧전 2:1) 그리고 고통과 악의를 낳기 마련이다. 그레고리우스는 시기가 증오와 험담과 비난이라는 딸을 낳는다고 말했다. 시기는 사람의 약점을 은근히 흘리고,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들으면 동조하고 뒤에서 수근거린다. 이것은 상대방을 무참히 넘어뜨리는 행동이다. 그러나 시기는 부메랑처럼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힌다.
신데렐라와 그 언니들
<신데렐라>는 시기가 낳은 비극적인 결과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고전 동화다. 아름다운 미모로 언니들의 시기의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신데렐라는 객체가 되어 일방적으로 관찰되고 평가받는다. 본인의 실제 모습과 인격, 살아온 삶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판단받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힘으로는 상화을 바꿀 수 없는 지극히 부조리한 구조에 내던져진다. 누가 자신을 시기하는지 알 수도 없고, 비록 알게 된다 하더라도 해명하여 관계를 호전시키기도 힘들다. 거의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시기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데, 그들은 갈등 상황의 해결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데렐라와 언니들의 관계 양사은 바로 이런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시기를 받게 되면 신데렐라처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자신은 상대에게 어떤 해악을 가한 적이 없는데 단지 상대방의 시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거나, 일방적인 험담과 소문, 중상과 같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화살을 맞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부메랑의 고통
세익스피어의 소설 <오셀로>는 출신과 신분, 능력, 지위를 둘러싼 시기와 질투가 뒤엉킨 주인공들의 묘한 심리를 다룬 비극이다.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오셀로의 성공과 그의 미모의 아내를 시기했는데, 오셀로가 다른 부하인 카시오를 더 총애하여 부관으로 삼자 오셀로에게 앙심을 품는다. 그는 복수를 위해 오셀로에게 아내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내연 관계에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던 오셀로는 인종과 신분의 차이를 무릅쓰고 흑인인 자기를 선택했던 아내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집안과 출신 성분이 비슷한 카시오가 자기 아내를 취한 것으로 오해하면서 카시오에 대한 시기심과 분노를 폭발시킨다. 타고난 신분과 인종을 인한 피해의식, 자신을 차별대우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시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오셀로는 결국 사랑하던 아내를 죽이고 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이고의 계략이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그는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오셀로는 시기로 인해 아내에게 칼을 휘두르고 결국 그 칼로 자신까지 벤 것이다.
시기의 날선 칼은 상대방을 벤 후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시기에 사로잡혀 있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온 신경과 시선이 경쟁자를 향해 있기 때문에 자기 직무에 몰입하거나 전문성을 계발하고 심화시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시기가 가져다주는 또 한 가지 심각한 피해는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교후 돈 허조그는, 시기하는 사람은 자기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상대방도 먹지 못하도록 그것에 재를 뿌리거나 독을 넣어 상대에게 해를 가함으로써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시기의 속성은 주위의 뛰어난 사람을 넘어뜨림으로써 자기 위치를 지키고 유지해 나가는 것인데, 이런 삶의 태도는 결코 한 인간의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없다.
피학적 시기
시기가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피학적 시기'의 양상으로도 발전될 수 있다. 상대의 웃음을 거둘 수만 있다면 자신이 피해를 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유대인 민담은 이런 종류의 시기를 해학적으로 잘 보여 준다. 두 친구가 길을 가다 왕을 만났다. 둘 중 한 명은 욕심이 많았고, 다른 친구는 시기심이 많았다. 왕은 두 사람에게 "만약 너희 중에 한 명이 요청하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 단, 옆 사람에게는 요청한 것의 두배를 주겟다"고 말했다. 왕의 말을 들은 시기심 많은 친구는 먼저 나서서 요구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친구가 두 배로 받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욕심많은 친구도 마찬가지였는데, 지신이 친구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싶엇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고 도무지 요청을 하려 들지 않았다. 기다리던 왕이 부탁이 없으면 그냥 가겠다고 말하자, 시기심 많은 친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임금님, 저의 왼쪽 눈을 빼 주시시오!"
친구가 자기보다 많이 갖거나 더 좋은 것을 갖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자기 눈 하나가 빠지더라도 친구의 두 눈이 상해 자기보다 더 불행해지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대상에 대한 시기가 극대화되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신 포도
시기가 낳은 또 다른 극단저인 모습은 의욕을 상실이다. 자신이 상대방이 지닌 것을 가질 수 없거나 없애버릴 수 없는 경우, 아예 그가 지닌 것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그것을 가지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이다. 이런 '별것 아니야!' 식의 태도를 일컬어 '신 포도 심리'라고 부른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는 먹고 싶은 포도가 너무 높이 달려 있어 딸 수 없다고 판단이 들자, '그 포도는 신 포도야'라고 말하면서 포기를 합리화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냉소적이 되면서 의욕이 저하되고 급기야 나태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시기는 어쩌면 분노하고 상대를 넘어뜨리려는 시기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낙담한 나머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뭔가 해 보려는 의욕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져서 꼼짝달싹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돼' '해 봐야 뭐해. 별 쓸 데도 없는데'라는 냉소적인 생각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시기는 다른 사람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탁월한 재능을 보고 압도당할 때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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