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실천신학

들어가는 글

예림의집 2013. 3. 21. 14:26

들어가는 글

 

기독교 전통이 우리에게 전해 준 '일곱 가지 대죄'는 교만, 시기, 탐욕, 탐식, 정욕, 나태다. 이 7대죄 목록은 6세기의 교황 그레고리우스(540-604)가 정한 이래로 로마 가톨릭 교회를 통해 전해 내려왔지만, 본래 동방 교회의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 현재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가장 오래된 목록은 4세기 이집트의 사막 수도사 에바그리우스(345-399)가 만들었다. 그는 수도원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이 가장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여덟 가지 죄르 구별하여 '8가지 악한 사상'이라는 이름의 목록을 만들었고, 수도사가 하나님과 기피 교제하고 경건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여덟 가지 악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의 제자 요한 카시아누스(360-435)가 이것을 서방 교회에 전했고,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이를 수도원에서 일반 교회로 가지고 왔다. 이 죄들에 대한 가릋ㅁ이 수도사들 뿐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우스 이후 교회는 이것을 규칙적으로 신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고, 교회 공의회는 이를 공식 교리 중 하나로 만들었다. 특히 4차 라테라 공의회(1215)는 7대죄에 관한 설교 지침과 참회 방법을 담은 문서를 만들었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 내용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이후 7대죄교리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이 되는 데 기여했다. 중세 후반부터 이 교리는 차츰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소설, 시, 그림, 조각 등 문화와 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7대죄 교리의 영향력은 종교개혁 이후로 교회 전통 안에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그에 따라 개신교회는 성경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것을 공식 교리로 채택하지 않았는데, 그런 결정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경계심도 한 요인이 되었다. 이후 계몽주의 시대를 거쳐 현대로 접어들면서 사회는 점저 탈종교화, 세속화되었고 종교적 교리와 가르침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그에 따라 7대죄의 교리적, 윤리적 중요성과 가치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 사회에서는 이직도 대죄 교리가 나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 예술 작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특이하게도 개신교 목사와 신학자들이 이에 대한 설교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몰론 이 주제는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나 악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기에 시대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흉악한 범죄나 통상적인 악들은, 근원을 파고들어 가보면 대체로 이 일곱 가지 죄악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그렉리우스와 아퀴나스는 이 죄들을 '대죄(capital sins)라고 불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