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도!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어머니는 일자무식의 시골 아낙이었다. 학교 문 앞은 물론 어떤 종교에도 입문한 적이 없는 그냥 농사꾼의 아내였다. 그 시절 우리네 농총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우리도 집 식구가 많았다. 맏형과 나 사이에는 내가 아는 누나가 넷, 내가 모르는(내가 알기도 전에 죽은) 누나가 둘이고 내 여동생이 하나 더 있다. 특별한 종교는 없었지만 옛날부터 내려오던 풍습을 따라 거의 매월이다시피 제사 같은 것을 지냈다. 제사 같은 것이라 표현하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따로 드렸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 매월이다시피 조상님께 그리고 천지신명께 드리는 제사가 있었다.
정월 초하루에는 아마도 조상님과 천지신명께 제사를 드렸던 것 같고, 정월 대보름에 또 제사를 드린다. 2월에는 영등할머니께 제사를 드리는데 그것은 우리 마을이 농어촌이었기 때문에 바다의 신으로 불리는 용왕님께 드리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바로 2월 영등 씨(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져 갯벌이 많이 드러날 때)에 바닷물이 제일 많이 빠져나가 갯것(바닷가에서 바지락, 해삼, 낙지 게 등을 잡는 것)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영등할머니께 "금년에도 물이 많이 빠져나가 갯것을 많이 하게 해주소서." 하고 비는 것 같았다.
5월에는 단오, 6월에는 유두, 7월에는 칠석과 백중, 8월 한가위, 11월에는 동지, 12월에는 섣달 그믐날에 제사를 지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쒀서 차려드리고 또 안방 신주단지 주위에 뿌리곤 하셨다. 섣달 그믐날에는 객지에 나갔던 식구들도 다 돌아와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데 아마도 그 때는 지난 일년 동안 온 식구 무사히 지내고 집에 돌아온 것에 대한 감사제였던 것 같다. 9월과 10월에는 문중이 산소에서 제사를 드리기 때문에 집에서 드리는 제사는 쉬었던가보다.
이런 날이면 으레 어머니는 상을 차린다. 물론 형수님이 도우셨다. 제사상은 약식으로 일반 밥상에 차린다. 부엌에 한 상, 안방 신주단지 모신 구석진 곳에 한 상, 마루에는 안방과 건너방 사이에, 그리고 청(곡식을 넣어 두는 곳)에도 한상을 차린다. 그리고 나서 어떤 때는 부엌에서, 또 어떤 때는 방에서부터 시작하신다. 어머니의 종교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 시골에서는 그 행위를 '손 비빈다'고 했는데 그것은 두 손을 합장해 비비면서 소원을 말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말하자면 기도를 그런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것이다.
네 곳의 신이 각기 다른 모양이었다. 난 마루에서 손 비비며 소원을 비는 어머니의 말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어머니의 기도 내용을 엿들은 것이다.
"명년 농사 잘 되게 해주시고, 우리 아들 딸 잘 되게 해주시고...."
장소를 옮겨 가면서 기도드리지만 내용은 비슷한 것 같았다.
어떤 목사가 한국 교인들의 기도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 삼기 위해 새벽기도를 녹취 정리한 일이 있었다. 그 분석에 따르면 가장 많이 기도드리는 내용이 남편과 남편의 사업, 그리고 자녀들 문제 순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교회라고는 문 앞에도 가 보신 적이 없는 우리 어머니의 기도와 새벽기도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소위 기독교인들의 기도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조상님께 드리는 기도, 천지신명께 드리는 기도, 용왕님이나 산신령님께 드리는 기도, 부처님이나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다 내용이 비슷비슷하다면 굳이 종교를 달리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우리가 정말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기도가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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