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만큼 보이는 책, 보는 만큼 펼치는 사역
-여전한 문서의 가치, 문서사역의 재정의, 문서사역의 강점: 참여와 공유, 도서전의 가능성-
들어가며 : 사상과 물질의 만남인 문서
작년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에서 활자들이 춤을 추듯 생성되는 모습과 두루마리 종이가 끝없이 펼쳐지며 인류의 역사가 쓰여지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는 아마도 경제대국으로의 기세뿐만 아니라 문자와 종이의 발생지라는 문화종주국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한 자부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선사와 역사시대를 구분하는 역사 기록의 유무는 바로 문자(文)와 종이(書)를 빼고는 생각해 볼 수 없다.(물론 종이 이전의 갑골(胛骨)이나 죽간(竹簡)도 있었지만 사용한 역사나 수량에 비교하면 종이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사람들은 문자를 이용해 삶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종이를 통해 삶의 역사에 대한 축적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공유를 시작한 것이다.
8월의 올림픽 열기가 지난 후 9월 1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 국제도서전’이 톈진(天津)에서 개최되었다. 이미 22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도서전은 올림픽 개최로 인한 장소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50여개 국가에서 1,3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각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들과 도서들의 각축 속에 중국출판업계가 대응한 면모도 전혀 그 위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제 중국은 세계를 향해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영역은 경제를 넘어 문화 분야에서도 ‘한 번 겨루어보자’는 모양새로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적 상황 하에 쓰는 본 글의 목적은 바로 그 흐름을 이어가며 문서의 사역적 가치를 재정의하고 시대적 가치에 부합하는 사역적 모델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경영학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문서사역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 작업으로 사역자들의 인식 속에 문서의 가치를 가장 활용도가 높은 위치에 자리매김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문서사역에서 있어 저평가된 부분을 논의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고평가된 부분을 영구히 고착(?)시키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글의 성격은 다분히 새로운 연구작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대중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문서사역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지향적 분석보다는 외부참여적 공유가 더욱 절실하다는 요청의 손짓인 것이다.
여전한 문서의 가치
여기서 다시 문서사역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불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초기 중국사역의 시초가 바로 문서로 시작된 이유와 함께 그후 2세기가 지난 지금 그 사역적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역의 발전을 위한 적절한 물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세련된 언어로 사람 혹은 신에 관한 지식전달 내용을 표현한다 할지라도 인쇄매체를 따를 수 없을 것이다. 인쇄매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해를 깊이하는 수단으로서 중문서적의 중요성도 다른 전달매체보다 더 큰 범위를 점한다.” 이 말은 밀린이 중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모리슨과 함께 <찰세속매월통기전(察世俗每月统记传)>이라는 간행물을 창간하며 출판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다. 잡지 성격의 이 간행물은 당시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최초 근대잡지의 효시로 자리잡고 있다. 밀린 자신의 이러한 견해는 말레이시아 반도와 중국 대륙을 넘나들면서 중국어로 간행된 인쇄물들을 통하여 ‘교육전달’과 ‘문자전달’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성과가 입증되었다.
1807년, 중국의 첫 개신교 선교사인 모리슨이 본토에 들어올 당시의 청나라 상황은 엄격한 쇄국정책으로 인해 외국인의 출입이 어려웠다. 1811년에는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엄금(嚴禁)하는 ‘서양인의 선교 엄벌조례’를 제정, 공포하여 그 위반자에 대하여는 교수형에 처하게 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상황 하에 사역이 진행되어왔다. 이로 인해 초기 사역자들은 선교기지를 말레이시아반도 말라카에 건설하고 이곳에서 학교와 인쇄소를 세우며 중국어와 영어로 된 출판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로 첫 사역을 시작한 것이다.
제한 지역의 사역 특성상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한 권의 책과 또 변화된 한 사람에게 필요할 좋은 문서들의 출판과 유통은 유익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문서를 통해 전도하고 양육하는 ‘대안적 사역’의 의미와 함께 제한된 문이 열려 적극적인 사역이 시작될 때에는 이미 필요한 사역적 도구를 완비했다는 ‘대비적 사역’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200년 전의 사역적 제한이 지금도 여전한 장벽으로 느껴지는 이 때에 한 사람을 세우는 일만큼 의미있는 사역은 한 권의 책을 준비하는 일인 것이다.
후원자들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후원자들은 사람이 모이는 예배당을 지어 모임장소로 제공하는 것을 큰 보람과 기쁨으로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의 마음속에 집을 세워주는 문서의 제공도 그에 못지않은 큰 유익이라는 것을 함께 인정해주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면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가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각 손에 개인의 성숙과 공동체의 모임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컨텐츠의 공급도 중요한 필요라는 것이다. 각성은 이미 하나의 달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각성의 표현이 다음과 같은 공감(共感)과 공명(共鳴)을 이루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한 장의 벽돌은 모임 장소를 만들어 가지만, 한 권의 책은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어 갑니다” 라고 말이다.
문서사역의 재정의
이제 문서사역의 제 역할이 출판의 위축이라는 시대분위기 속에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그 사역적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필 차례이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로제 샤르티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라는 책의 내용을 보면 ‘읽기’라는 인간의 능동적 행동사(史)뿐만 아니라 읽히는 대상인 책의 변천사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리고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문자는 인쇄기술의 발명에 활자(活字)로, 이어 컴퓨터의 등장으로 전자(電子)로 바뀌었으며, 전자텍스트가 발전되면 성자(聲子)로 바뀔 것이다.” 라고 요약했다.
즉 인류사와 함께 걸어온 책의 역사는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를 거쳐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화된 종이책, 그리고 양산(量産)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상 이상의 전자책으로의 진보 등, 그 형태만 달리했을 뿐 계속해서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도서전 때마다 출현하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그 유명한 표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요즘 아쉽게도 ‘책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요즘의 ‘책의 위기’라는 말은 책에 담긴 내용의 위기라는 의미보다는 책의 물성(物性)이라는 ‘특성의 위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물성이 아닌 내용(contents) 중심으로 보면 책의 내용은 이미 각 분야별로 분화의 분화를 거쳐 이제는 분화된 특성들이 다시 통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통섭’의 의미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지식인만이 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희석되어 인터넷을 매체로 독자가 필자가 되는 시대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책의 의기’라는 의미는 책의 ‘내용의 위기’라기 보다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위기’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책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위기는 지금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양피지가 파피루스를 대신하고 종이가 다시 양피지의 대체물이 되는 순간 동일한 물성의 위기는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종이를 대신할 무언가의 출현에 문서와 출판 관련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문서사역에 있어 새로운 담론의 시작을 위한 토론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그 한 예로 문서를 책으로 등가시키는 기존의 관념을 ‘문서는 글자를 포함한 모든 대상’이라는 의미로의 생각의 전환이다. 즉 문서라는 단어에서 뒷 글자 ‘서(書)’보다는 앞 글자 ‘문(文)’의 의미를 더욱 강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문(文)’을 각 지역과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주로 ‘책(書)’에 많이 태워보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이후에는 미래 지향적으로 ‘인터넷’과 ‘전자북’에도 태울 수 있고, 그리고 아직 형태는 알 수 없지만 또 새롭게 출현할 그 무언가에 함께 태워보낼 수 있다는 이해의 개념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현재까지의 문서사역의 다양한 정의는 ‘종이책이라는 매개물을 이용한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이라는 매개물의 역사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 앞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한 단계 더 확대되어져 가듯이, 문서사역의 개념도 제한된 책이라는 매개체만을 사역도구의 형태로 보지말고, 내용은 동일하되 다양한 매개체를 포함하는 문서사역의 새로운 의미확대와 그에 해당하는 적합한 용어의 개발이 필요하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문서사역을 문자사공(文字事工)이라는 용어로 쓰고 있는데, 내용물을 강조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한다면 역동성을 살린 ‘살아있는 글’이라는 의미의 ‘활문(活文)사역’이나 글과 소리를 함께 담고 있는 ‘어문(語文)사역’으로 개칭을 통해 문서사역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서사역’에 책의 내용과 유통이라는 비인성(非人性)적 요소 외에 독서법과 독서운동가 등의 문서운동의 주체를 양성하는 인성(人性)적 개념을 포함해야 더욱 지속적, 역동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서사역의 대상은 결국 책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문서사역이라는 의미를 문서의 변천사라는 더 넓은 전제위에 정의한다면 현재 이해되어지고 있는 ‘문서사역’의 위치는 더욱 명확히 자리매김되고, 또 앞으로의 흐름을 예견할 수 있어 사역자체의 강점과 한계, 그리고 대안을 더욱 폭넓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추세는 온라인이기에 문서운동은 반드시 온라인의 영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출판물의 형태가 책에서 화면북으로 점차 진화한다는 물성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주류로 성장할 화면북의 강점이 출판사의 일방적 제공이 아닌 독자의 참여와 피드백을 통한 내용의 확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의 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전제라면 인터넷의 출현으로 문서사역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사역공간의 출현으로 긍정할 수 있다. 오히려 인터넷이 문서를 몰아낸 것이 아니라 문서 안에 담긴 내용물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말로 갈아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서사역의 강점 : 참여와 공유
2007년에 번역 출간된 「위키노믹스(돈 탭스코드, 21세기북스)」라는 책이 있다. 책의 요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대중(소비자)들의 협업이 생산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출현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의 한 유형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유형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와 필요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등장으로 추동되어 진화발전한 웹2.0의 환경은 사역적 형태와 의식에도 영향을 주어 소통과 공유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제공했다. 앞으로 21세기의 사역적 특성은 영역에 상관없이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유의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즉 각 개인이나 단체의 사역적 특성들이 기존의 개별 소유에서 벗어나 공동 접속의 시대로 진입하고, 그로인한 사역적 시너지를 다시 각자의 개별사역으로 흡수, 발전시킬 수 있는 순환적 모델의 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근 많이 회자되어진 ‘오래 된 미래’라는 역설의 표현이 있다. 이는 과거에 확인된 불변의 가치들은 다가올 미래에도 여전히 항존적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시적 표현이다. 사역에 있어 방법론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다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불변가치 중 하나는 연합과 섬김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구체적이고 보편적으로 실행되어진 모습은 바로 ‘공유’라는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이러한 ‘공유’로 대변되어지는 이 시기의 사역적 특성을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서사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서 자체가 글 한자,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의 연합으로 이루어져있음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단어 하나, 한 줄의 문장은 일차적으로 각자의 의미를 드러내지만 결국은 한 단락의 문단과 한 장(章)의 큰 대지를 이루며 문서의 전체의 뜻을 드러낸다. 연합사역의 가장 기본 형태가 이 문서를 통한 연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서의 구성자체가 연합이고 그 문서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녹아들어감으로 다시 거대한 정신적 연합을 이루어가는 모습.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또다시 자신의 삶으로 각주를 써내려가는 작업, 이것이 바로 문서 자체가 웅변하는 연합의 모습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한 사역자는 단신의 힘으로 문서 네트워크 사역을 진행 중이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얻을 수 있는 중문자료들을 거의 목록화시켜 놓았고, 계속해서 사역자 각자가 갖고 있는 문서자료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로 받고 되로 주는’ 방안을 실행중이다. 즉 그동안의 목록화 작업과 번역을 통해 모은 모든 자료를 나눌 테니 각자가 소유한 공유 가능한 자료를 함께 협력의 수레에 실어 담아가자는 일종의 운동이다. 이로 인해 사역적 중복을 피하고 검색시간을 축소하여 사역적 효율을 기대해보자는 것이다. ‘깨알이 열 번 구르는 것보다 콩이 한 번 구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지만 만약 깨알들이 뭉쳐 경단이 되어 굴러간다면 콩은 물론 호두도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오늘날의 사역 무대에는 공유라는 배경그림이 큰 막으로 세워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뒷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사역적 연기는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다.
나가며 : 도서전의 가능성을 보며
“작년에 참가한 중화권의 기독교 출판사로 증주(證主)와 선도(宣道)가 있었는데 올해는 선도가 보이지 않았고, 기대했던 대만의 기독교 출판사들은 올해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영미권 기독출판사가 작년에는 공동부스를 사용하면서 까지도 참가하는 의지를 보였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여의치 않았나보다. 그래도 중화권 기독교 출판그룹의 좌장(座長)으로 그 자리를 계속 지켜주고 있는 증주의 선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위에 글은 2007년도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참관하며 노트북에 적어놓은 글들 중 하나이다. 서두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국제도서전은 매해 열리는 출판 올림픽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각국의 대형출판사들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들고 참가한다. 덕분에 참관독자들은 각국의 문화역량을 직접 경험하고, 전 세계 출판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작년의 주빈국(主賓國)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였다. 주빈국에는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중앙의 좋은 자리와 넉넉한 공간, 갖가지 문화행사와 공연, 그리고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특권들이 부여된다. 한국 전시관에는 해매다 사람이 제일 많이 붐비는 부스들 중 하나인데 여전히 여성관련과 아이들 서적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부터 매해 참관하며 한 가지 가능성을 보았다. 바로 한국 기독출판사들의 참여이다. 이는 모든 기독출판사에게 문서선교를 지향한다는 사업목적성에 부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각 출판사가 개별부스를 설립하면 전략적으로나 재정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기독출판협회’의 이름으로 공동부스를 차리고 진열대의 한 줄이나 한 칸을 개별사의 출판물로 전시하는 것이다. 물론 큰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아동물과 성경적 가치를 보여주는 삶과 성경적 관점의 교육과 재정에 관한 내용,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인 아시아 문화권에서 교회의 가치를 보여주는 도서위주로 전시한다면 크지 않은 성과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업적 관점위에 사역적 관점에서의 가치는 더 크고 깊다 할 수 있다.
첫째는 아시아 지역에서 부흥을 경험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처음으로 도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각국에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
둘째는 참가하는 기독출판사들에게는 사역적 범위를 더욱 넓히고, 사역적 가치를 깊게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는 국내외 중국관련 문서사역자들을 한데 묶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부연이 좀 필요하다.
현재 대륙에서 본토의 교회와 단체를 제외하고 문서와 관계된 사역주체의 큰 흐름이 몇 가지 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삼두마차로 전 화교권의 교회들과 출판기관들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기존의 오랜 사역경험과 다양한 컨텐츠로 이미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영미권단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늦게 참여했지만 가장 큰 열정과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 한인(韓人)그룹의 역할이 그것이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기에 아직 사역적 역량과 체계가 미흡하다. 우리의 강점인 열정과 역동성에는 반드시 우리의 모습을 체계화시키며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규모 있는 사역적 동체(同體)가 필요하다. 그 주체로 한국기독출판사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준비와 조율작업의 역할은 국내의 중국관련 단체들의 몫이 될 것이다. 특히 문서사역 관련단체들의 비전공유와 역할분담을 위한 주기적인 포럼형식의 모임은 그 자체로서 대륙의 사역자들에게 큰 위로와 사역적 도움이 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책의 부재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책이 존재하는 한 문서사역은 멈추지 않을 확신하며 글을 맺는다.
이관/ 중국선교사
들어가며 : 사상과 물질의 만남인 문서
작년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에서 활자들이 춤을 추듯 생성되는 모습과 두루마리 종이가 끝없이 펼쳐지며 인류의 역사가 쓰여지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는 아마도 경제대국으로의 기세뿐만 아니라 문자와 종이의 발생지라는 문화종주국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한 자부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선사와 역사시대를 구분하는 역사 기록의 유무는 바로 문자(文)와 종이(書)를 빼고는 생각해 볼 수 없다.(물론 종이 이전의 갑골(胛骨)이나 죽간(竹簡)도 있었지만 사용한 역사나 수량에 비교하면 종이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사람들은 문자를 이용해 삶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종이를 통해 삶의 역사에 대한 축적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공유를 시작한 것이다.
8월의 올림픽 열기가 지난 후 9월 1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 국제도서전’이 톈진(天津)에서 개최되었다. 이미 22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도서전은 올림픽 개최로 인한 장소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50여개 국가에서 1,3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각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들과 도서들의 각축 속에 중국출판업계가 대응한 면모도 전혀 그 위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제 중국은 세계를 향해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영역은 경제를 넘어 문화 분야에서도 ‘한 번 겨루어보자’는 모양새로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적 상황 하에 쓰는 본 글의 목적은 바로 그 흐름을 이어가며 문서의 사역적 가치를 재정의하고 시대적 가치에 부합하는 사역적 모델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경영학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문서사역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 작업으로 사역자들의 인식 속에 문서의 가치를 가장 활용도가 높은 위치에 자리매김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문서사역에서 있어 저평가된 부분을 논의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고평가된 부분을 영구히 고착(?)시키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글의 성격은 다분히 새로운 연구작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대중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문서사역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지향적 분석보다는 외부참여적 공유가 더욱 절실하다는 요청의 손짓인 것이다.
여전한 문서의 가치
여기서 다시 문서사역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불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초기 중국사역의 시초가 바로 문서로 시작된 이유와 함께 그후 2세기가 지난 지금 그 사역적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역의 발전을 위한 적절한 물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세련된 언어로 사람 혹은 신에 관한 지식전달 내용을 표현한다 할지라도 인쇄매체를 따를 수 없을 것이다. 인쇄매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해를 깊이하는 수단으로서 중문서적의 중요성도 다른 전달매체보다 더 큰 범위를 점한다.” 이 말은 밀린이 중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모리슨과 함께 <찰세속매월통기전(察世俗每月统记传)>이라는 간행물을 창간하며 출판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다. 잡지 성격의 이 간행물은 당시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최초 근대잡지의 효시로 자리잡고 있다. 밀린 자신의 이러한 견해는 말레이시아 반도와 중국 대륙을 넘나들면서 중국어로 간행된 인쇄물들을 통하여 ‘교육전달’과 ‘문자전달’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성과가 입증되었다.
1807년, 중국의 첫 개신교 선교사인 모리슨이 본토에 들어올 당시의 청나라 상황은 엄격한 쇄국정책으로 인해 외국인의 출입이 어려웠다. 1811년에는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엄금(嚴禁)하는 ‘서양인의 선교 엄벌조례’를 제정, 공포하여 그 위반자에 대하여는 교수형에 처하게 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상황 하에 사역이 진행되어왔다. 이로 인해 초기 사역자들은 선교기지를 말레이시아반도 말라카에 건설하고 이곳에서 학교와 인쇄소를 세우며 중국어와 영어로 된 출판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로 첫 사역을 시작한 것이다.
제한 지역의 사역 특성상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한 권의 책과 또 변화된 한 사람에게 필요할 좋은 문서들의 출판과 유통은 유익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문서를 통해 전도하고 양육하는 ‘대안적 사역’의 의미와 함께 제한된 문이 열려 적극적인 사역이 시작될 때에는 이미 필요한 사역적 도구를 완비했다는 ‘대비적 사역’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200년 전의 사역적 제한이 지금도 여전한 장벽으로 느껴지는 이 때에 한 사람을 세우는 일만큼 의미있는 사역은 한 권의 책을 준비하는 일인 것이다.
후원자들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후원자들은 사람이 모이는 예배당을 지어 모임장소로 제공하는 것을 큰 보람과 기쁨으로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의 마음속에 집을 세워주는 문서의 제공도 그에 못지않은 큰 유익이라는 것을 함께 인정해주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면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가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각 손에 개인의 성숙과 공동체의 모임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컨텐츠의 공급도 중요한 필요라는 것이다. 각성은 이미 하나의 달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각성의 표현이 다음과 같은 공감(共感)과 공명(共鳴)을 이루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한 장의 벽돌은 모임 장소를 만들어 가지만, 한 권의 책은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어 갑니다” 라고 말이다.
문서사역의 재정의
이제 문서사역의 제 역할이 출판의 위축이라는 시대분위기 속에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그 사역적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필 차례이다.
「읽는다는 것의 역사(로제 샤르티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라는 책의 내용을 보면 ‘읽기’라는 인간의 능동적 행동사(史)뿐만 아니라 읽히는 대상인 책의 변천사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리고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문자는 인쇄기술의 발명에 활자(活字)로, 이어 컴퓨터의 등장으로 전자(電子)로 바뀌었으며, 전자텍스트가 발전되면 성자(聲子)로 바뀔 것이다.” 라고 요약했다.
즉 인류사와 함께 걸어온 책의 역사는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를 거쳐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화된 종이책, 그리고 양산(量産)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상 이상의 전자책으로의 진보 등, 그 형태만 달리했을 뿐 계속해서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도서전 때마다 출현하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그 유명한 표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요즘 아쉽게도 ‘책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요즘의 ‘책의 위기’라는 말은 책에 담긴 내용의 위기라는 의미보다는 책의 물성(物性)이라는 ‘특성의 위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물성이 아닌 내용(contents) 중심으로 보면 책의 내용은 이미 각 분야별로 분화의 분화를 거쳐 이제는 분화된 특성들이 다시 통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통섭’의 의미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지식인만이 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희석되어 인터넷을 매체로 독자가 필자가 되는 시대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책의 의기’라는 의미는 책의 ‘내용의 위기’라기 보다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위기’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책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위기는 지금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양피지가 파피루스를 대신하고 종이가 다시 양피지의 대체물이 되는 순간 동일한 물성의 위기는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종이를 대신할 무언가의 출현에 문서와 출판 관련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문서사역에 있어 새로운 담론의 시작을 위한 토론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그 한 예로 문서를 책으로 등가시키는 기존의 관념을 ‘문서는 글자를 포함한 모든 대상’이라는 의미로의 생각의 전환이다. 즉 문서라는 단어에서 뒷 글자 ‘서(書)’보다는 앞 글자 ‘문(文)’의 의미를 더욱 강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문(文)’을 각 지역과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주로 ‘책(書)’에 많이 태워보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이후에는 미래 지향적으로 ‘인터넷’과 ‘전자북’에도 태울 수 있고, 그리고 아직 형태는 알 수 없지만 또 새롭게 출현할 그 무언가에 함께 태워보낼 수 있다는 이해의 개념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현재까지의 문서사역의 다양한 정의는 ‘종이책이라는 매개물을 이용한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이라는 매개물의 역사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 앞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한 단계 더 확대되어져 가듯이, 문서사역의 개념도 제한된 책이라는 매개체만을 사역도구의 형태로 보지말고, 내용은 동일하되 다양한 매개체를 포함하는 문서사역의 새로운 의미확대와 그에 해당하는 적합한 용어의 개발이 필요하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문서사역을 문자사공(文字事工)이라는 용어로 쓰고 있는데, 내용물을 강조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한다면 역동성을 살린 ‘살아있는 글’이라는 의미의 ‘활문(活文)사역’이나 글과 소리를 함께 담고 있는 ‘어문(語文)사역’으로 개칭을 통해 문서사역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서사역’에 책의 내용과 유통이라는 비인성(非人性)적 요소 외에 독서법과 독서운동가 등의 문서운동의 주체를 양성하는 인성(人性)적 개념을 포함해야 더욱 지속적, 역동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서사역의 대상은 결국 책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문서사역이라는 의미를 문서의 변천사라는 더 넓은 전제위에 정의한다면 현재 이해되어지고 있는 ‘문서사역’의 위치는 더욱 명확히 자리매김되고, 또 앞으로의 흐름을 예견할 수 있어 사역자체의 강점과 한계, 그리고 대안을 더욱 폭넓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추세는 온라인이기에 문서운동은 반드시 온라인의 영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출판물의 형태가 책에서 화면북으로 점차 진화한다는 물성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주류로 성장할 화면북의 강점이 출판사의 일방적 제공이 아닌 독자의 참여와 피드백을 통한 내용의 확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의 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전제라면 인터넷의 출현으로 문서사역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사역공간의 출현으로 긍정할 수 있다. 오히려 인터넷이 문서를 몰아낸 것이 아니라 문서 안에 담긴 내용물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말로 갈아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서사역의 강점 : 참여와 공유
2007년에 번역 출간된 「위키노믹스(돈 탭스코드, 21세기북스)」라는 책이 있다. 책의 요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대중(소비자)들의 협업이 생산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출현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의 한 유형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유형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와 필요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등장으로 추동되어 진화발전한 웹2.0의 환경은 사역적 형태와 의식에도 영향을 주어 소통과 공유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제공했다. 앞으로 21세기의 사역적 특성은 영역에 상관없이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유의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즉 각 개인이나 단체의 사역적 특성들이 기존의 개별 소유에서 벗어나 공동 접속의 시대로 진입하고, 그로인한 사역적 시너지를 다시 각자의 개별사역으로 흡수, 발전시킬 수 있는 순환적 모델의 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근 많이 회자되어진 ‘오래 된 미래’라는 역설의 표현이 있다. 이는 과거에 확인된 불변의 가치들은 다가올 미래에도 여전히 항존적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시적 표현이다. 사역에 있어 방법론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다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불변가치 중 하나는 연합과 섬김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구체적이고 보편적으로 실행되어진 모습은 바로 ‘공유’라는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이러한 ‘공유’로 대변되어지는 이 시기의 사역적 특성을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서사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서 자체가 글 한자,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의 연합으로 이루어져있음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단어 하나, 한 줄의 문장은 일차적으로 각자의 의미를 드러내지만 결국은 한 단락의 문단과 한 장(章)의 큰 대지를 이루며 문서의 전체의 뜻을 드러낸다. 연합사역의 가장 기본 형태가 이 문서를 통한 연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서의 구성자체가 연합이고 그 문서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녹아들어감으로 다시 거대한 정신적 연합을 이루어가는 모습.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또다시 자신의 삶으로 각주를 써내려가는 작업, 이것이 바로 문서 자체가 웅변하는 연합의 모습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한 사역자는 단신의 힘으로 문서 네트워크 사역을 진행 중이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얻을 수 있는 중문자료들을 거의 목록화시켜 놓았고, 계속해서 사역자 각자가 갖고 있는 문서자료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로 받고 되로 주는’ 방안을 실행중이다. 즉 그동안의 목록화 작업과 번역을 통해 모은 모든 자료를 나눌 테니 각자가 소유한 공유 가능한 자료를 함께 협력의 수레에 실어 담아가자는 일종의 운동이다. 이로 인해 사역적 중복을 피하고 검색시간을 축소하여 사역적 효율을 기대해보자는 것이다. ‘깨알이 열 번 구르는 것보다 콩이 한 번 구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지만 만약 깨알들이 뭉쳐 경단이 되어 굴러간다면 콩은 물론 호두도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오늘날의 사역 무대에는 공유라는 배경그림이 큰 막으로 세워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뒷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사역적 연기는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다.
나가며 : 도서전의 가능성을 보며
“작년에 참가한 중화권의 기독교 출판사로 증주(證主)와 선도(宣道)가 있었는데 올해는 선도가 보이지 않았고, 기대했던 대만의 기독교 출판사들은 올해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영미권 기독출판사가 작년에는 공동부스를 사용하면서 까지도 참가하는 의지를 보였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여의치 않았나보다. 그래도 중화권 기독교 출판그룹의 좌장(座長)으로 그 자리를 계속 지켜주고 있는 증주의 선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위에 글은 2007년도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참관하며 노트북에 적어놓은 글들 중 하나이다. 서두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국제도서전은 매해 열리는 출판 올림픽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각국의 대형출판사들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들고 참가한다. 덕분에 참관독자들은 각국의 문화역량을 직접 경험하고, 전 세계 출판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작년의 주빈국(主賓國)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였다. 주빈국에는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중앙의 좋은 자리와 넉넉한 공간, 갖가지 문화행사와 공연, 그리고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특권들이 부여된다. 한국 전시관에는 해매다 사람이 제일 많이 붐비는 부스들 중 하나인데 여전히 여성관련과 아이들 서적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부터 매해 참관하며 한 가지 가능성을 보았다. 바로 한국 기독출판사들의 참여이다. 이는 모든 기독출판사에게 문서선교를 지향한다는 사업목적성에 부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각 출판사가 개별부스를 설립하면 전략적으로나 재정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기독출판협회’의 이름으로 공동부스를 차리고 진열대의 한 줄이나 한 칸을 개별사의 출판물로 전시하는 것이다. 물론 큰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아동물과 성경적 가치를 보여주는 삶과 성경적 관점의 교육과 재정에 관한 내용,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인 아시아 문화권에서 교회의 가치를 보여주는 도서위주로 전시한다면 크지 않은 성과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업적 관점위에 사역적 관점에서의 가치는 더 크고 깊다 할 수 있다.
첫째는 아시아 지역에서 부흥을 경험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처음으로 도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각국에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
둘째는 참가하는 기독출판사들에게는 사역적 범위를 더욱 넓히고, 사역적 가치를 깊게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는 국내외 중국관련 문서사역자들을 한데 묶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부연이 좀 필요하다.
현재 대륙에서 본토의 교회와 단체를 제외하고 문서와 관계된 사역주체의 큰 흐름이 몇 가지 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삼두마차로 전 화교권의 교회들과 출판기관들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기존의 오랜 사역경험과 다양한 컨텐츠로 이미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영미권단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늦게 참여했지만 가장 큰 열정과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 한인(韓人)그룹의 역할이 그것이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기에 아직 사역적 역량과 체계가 미흡하다. 우리의 강점인 열정과 역동성에는 반드시 우리의 모습을 체계화시키며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규모 있는 사역적 동체(同體)가 필요하다. 그 주체로 한국기독출판사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준비와 조율작업의 역할은 국내의 중국관련 단체들의 몫이 될 것이다. 특히 문서사역 관련단체들의 비전공유와 역할분담을 위한 주기적인 포럼형식의 모임은 그 자체로서 대륙의 사역자들에게 큰 위로와 사역적 도움이 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책의 부재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책이 존재하는 한 문서사역은 멈추지 않을 확신하며 글을 맺는다.
이관/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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