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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박사] 사랑하는 동안 추억하라

예림의집 2008. 11. 3. 22:30

<1단계> 목격기

긴 머리가 무척이나 어울렸던 그녀. 수업시간 내내 나의 시선은 칠판이 아닌 그녀를 향해 있었다. 그녀가 자판기 앞에 서있을 때면 이미 먹었던 음료를 다시 뽑으러 자판기 앞으로 가야 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관심을 얻기 위해서, 그 다음은 억지로 그녀에 대한 관심을 접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만 했었다.

그녀가 너무 아름다웠기에 나 따위를 거들떠나 볼까 싶어 포기할까도 했었지만 그녀를 포기할 순 없었다. 항상 저 만치 거리에서 그녀를 훔쳐보는 일. 그것만이 그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2단계> 접근기

비장한 각오로 그녀에게 고백 할 것을 결심했다. 고백할 말을 종이에 적어두고 하루 종일 연습하고 외우고 또 외웠다. ‘혹시 차이면? 애인이 있다면?’ 수많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나의 굳은 결심을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는 발걸음을 두려움 때문에 붙잡고 싶진 않았다.

떨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그녀에게 고백할 수 있었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받아 주었다. 그건 내게 있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나는 하늘을 날 듯 기뻤고, 세상을 다 가진 사람 마냥 행복할 수 있었다.


<3단계> 애정 상승기

잠을 잘 때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잠이 들었다. 장시간 통화를 하면 휴대폰이 과열된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하루에 10번 이상은 전화를 걸어야 마음이 편할 수 있었고, 혹시 내일 만나자고 할지 몰라 친구들과의 약속도 저버린 체 막연한 내일을 준비해야 했었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내내 설레었고, 할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아름다운 첫 키스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으며, 100일 기념일도 멋지게 챙겨 줄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웃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했다. 그녀가 웃는다는 이유하나 만으로도 행복했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갈 수 있었다.


<4단계> 혼돈기

조금씩 그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사라졌고, 귀찮아지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만남이 반복될수록 반복이 주는 지루함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전이되어 그녀를 지겨운 여자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일부러 그녀의 전화를 피하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었다. 그럴수록 점점 더 식어가는 사랑과 늘어만 가는 나를 위한 거짓말들.

그렇게 나는 시간과 함께 변해가고 있었고,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혼돈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된다.)


<5단계> 안정기

비록 처음처럼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그녀가 있었기에 외롭진 않았다. 몇 번이나 헤어질 결심도 했었지만 순간적인 설렘 따위와 그녀를 맞바꾸고 싶진 않았다. 우린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함께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더 이상 크리스마스이브를 ‘나 홀로 집에’ 시리즈와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아도 되었고, 저 수많은 인파 속에서 비로소 나는 혼자가 아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녀와 연애를 하면서 혼자였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몸으로 느끼고 기억에 담아 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랑인지 정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진 것 같다. 바로 그녀가 내 곁에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 우리는 이러한 과정 속을 매번 반복하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보고에 의하면 뇌의 화학작용으로 인하여 약 300일 정도가 지나면 신체적 반응이 감소하고 2년 정도가 되면 사랑의 영향을 받아 분비되던 호르몬조차 분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사랑의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방부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방부제란 다름 아닌 우리의 변함없는 노력이다. 노력하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얻게 되고, 그러한 결과가 사랑의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어떻게 ‘1+1=3’이란 공식이 성립되는 줄 아는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1’을 얻게 되고, 그 ‘+1’을 통해서 ‘1+1=2’가 아닌 ‘1+1=3’이란 공식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1’이다. 노력하는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파도처럼 다가오나 곧 고요한 호수처럼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그 편안함에 기대고, 소리 없이 마음의 문을 열어가게 되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아름답고 화려한 그 사람은 아니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일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우리 또한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보다 더 큰 무언가를 깨달아가며 연애 1년도, 2년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때가 오면 이제 당신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선택의 폭은 지극히 단순해진다. 그 선택이란 바로 결혼 아니면 이별이다. 이것은 인간의 연애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점점 쇠퇴하고 불분명해지는 감정만이 남는다. 다시금 지난 시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헤어지고 난 이후에 밀려오는 후회와 아련한 그리움 때문이겠지만, 옆을 지키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느끼려 하지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한 후에 추억하지 말고, 사랑하는 동안 추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