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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직은 꽃이 아니라해도♣

예림의집 2008. 9. 30. 07:56

♣아직은 꽃이 아니라해도♣

어제는
남쪽지방의 여러 도시를 달렸습니다.
낯 설은 아스팔트 위에서
스산한 바깥 공기는 느끼지 못하였지마는
소복소복 노오라니 흩날리는 은행잎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가슴 아팠습니다.

산마루 골짝마다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굽이굽이 푸른 강물과
그 뒤 멀리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진
아 - 금수강산!
그러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땅에
내가 ‘살고있어 감사함’ 보다는
청정무구의 하늘조차 떳떳이 우러를 수 없는
부족한 이 몸의 ‘살아있어 부끄러움’에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회적색 빛 바랜 서울의 거리엔
추적추적 종일토록 가을비 내리고,
긴 여정후의 나른함에 잠시 멈추어 마시는
진한 갈색의 커피 속엔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뒹굴다 뒹굴다
무심한 군중들에 짓 밟혀 갈가리 찢기운 채 통곡하는
낙엽들의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다시금 찬바람 부는 겨울입니다.
낭만과 멋을 이야기하는 배부른 사람 외엔
아무도 반갑지 않은 이 가을비....

(시냇물이 흘러가며 수 많은 돌에 부딪히고
또 그 돌을 넘어서 떨어지는 고통이 없이는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음을,
농부와 어부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
생활을 위한 고통의 노동과,
생존을 위한 고뇌의 몸부림이 있음을
저들은, 배부른 저들은 알 수 없으리)

라디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랑!”
범람하는 퇴폐문화와 그로인한 인간 존엄성의 상실로
그 느낌이 퇴색한 감이 없진 않지마는
어떠한 형용사나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단지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창조주의 섭리와 함께 아직은 소중한
그 무언가가 있음을 압니다.

진정으로 따뜻한 겨울을 위하여
우리의 작은 가슴은 열려져야 합니다.
가진 자, 배부른 자들이 가슴을 열기가
그리 쉽진 않겠지만
인간이란 어짜피 사랑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 까닭에,
각자가 가는 길이 다 달라 보이지만
길은 길로 이어져 결국은 하나의 길인 까닭에,
각자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달라 보이지만
삶은 삶으로 이어져 결국은 하나의 삶인 까닭에,
다 살고 나면 결국은,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까닭에
닫혀진 가슴 가슴 애써 터치어 열어야만 합니다.

저물어 가는 이 계절에
뜨거운 가슴 저미며 또 한 알의 씨앗을 심습니다.
아직은 꽃이 아니라 해도
차가운 대지를 견디어 찬란하게 꽃 피울
나와 너 우리 모두의 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