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면 시부모에게 잘하고, 시댁식구에게 잘해라." 결혼전 정말 수도 없이 어머니께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어머니도 할머니 소리 듣는 연세이시니 그런 교육이 당연한 세대였겠지요.
" 네, 알았어요. 걱정마세요" 하고 매번 무심코 들었는데, 제 머리속에 아주 깊이 와서 새겨졌던 모양입니다.
저는 정말이지 결혼한 이후에 시부모님께 서운한 말을 들어도 아무런 내색 못하고, 시어머니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고, 시어머니 앉으시면 같이 앉고 하며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습니다.
시댁에서 잘해야 한다기에 가자는 곳 다 따라다니고, 필요하다고 돈 달라면 없어도 챙겨주려 노력했고, 이런 저런 요구를 들어주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시부모는 고작 이것 밖에 못하냐는 태도로 나의 노력을 깔아뭉개고 더욱더 큰 것을 매번 요구하고 또 요구하였지요.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면 불만불평을 일삼았구요. 제 가슴속에서는 울분이 쌓여가고 있었죠.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왜 이리 참고만 있는지를.... 왜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에도 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들어주려고 애쓰는지를...
모두 시댁에 잘하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저를 벙어리로 만들고, 분한 마음 참으며 시댁의 꼭두각시 노릇하게 만들었던 어머니의 그 말씀 몇 마디가 한없이 원망스러워졌습니다.
"그건 옳지 않아요. 어머니. 사람의 관계란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해 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저는 늘 시부모와 시댁식구들을 배려했으나, 시부모와 시댁식구들은 저를 배려한 적이 없었는 걸요. 그럼에도 잘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저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라고 말씀하시지 마세요.저도 행복하고 싶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어머니께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변해갔지요. 서서히. 이제는 저의 소신대로, 저의 양심에 따라 시부모와 시댁식구들을 대합니다. 무조건 잘하는 것이 아닌, 내가 대접 받은 만큼만 합니다. 또, 내가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만 합니다.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들 또한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공평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나중에 딸이 결혼할 즈음 내 어머니께서 내게 하셨던 말씀처럼 시부모에게 잘하고 시댁식구들에게 잘하라는 말은 하지 않으렵니다. 대신 " 네가 억울하지 않으면서 옳다고 여기는 대로 행동하여라 " 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말씀때문에 저는 수많은 시간을 고통받으며 살았으니까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 한 번 내비치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적어도 내 소중한 딸에게는 그런 고통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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