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울음에 속지 마세요 엄마와 떨어지면 어느 아이나 다 울어요. 큰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맡길 때는 아이가 우는 걸 보고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코끝이 찡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도 우리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이곳에서 엄마 기다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들으니 엄마가 단호하게 떼어놓는 아이일수록 더 적응이 빠르다고 해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 눈치는 훨씬 빨라서 엄마가 망설이는 것, 미안해하는 것을 귀신같이 안다나요. 그래서 저도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시우야, 엄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시우는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자. 그리고 우리 저녁때 만나자” 하고 짧게 인사하고는 얼른 돌아서 나왔죠. 역시 떼어놓을 때마다 악을 쓰던 아이가 단호한 모습을 보인 후로는 2주 만에 조용해졌답니다. 알고 보니 아이들 울음은 엄마를 향한 시위였던 겁니다. 시우 엄마 방승주(20개월·30세,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
● 500원짜리 사탕에 엄마를 배신하는 우리 아들 제가 세상에서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사탕을 발명한 사람이랍니다. 잘 노는 것 같다가도 출근 준비하는 낌새만 있으면 다가와서 다리에 달라붙고, 할머니 얼굴을 할퀴면서 버틸 때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어요. 이때 아이의 성화를 단숨에 잠재우는 마법의 물건이 바로 사탕. 아들이란 녀석이 엄마를 500원짜리 사탕 하나에 뒤도 안 돌아보고 배신하는 순간이랍니다. 물론 저도 녀석의 횡포에서 해방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할머니가 “준석아, 이게 뭐지?” 하면서 막대사탕을 보여주면 단번에 할머니를 향해 빛의 속도로 기어가 사탕을 낚아챈답니다. 녀석이 사탕에 몰두하는 사이에 저는 립스틱 마저 바르고 구두 신고 나가면 되지요. 참, 아이가 울 때 사탕을 입에 넣어주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은 아시지요? 저는 꼭 막대사탕을 보여주기만 해요. 사탕의 마법은 보여주기만 해도 통한답니다. 준석 엄마 신현아(15개월·30세,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 아이가 잠든 사이 집에서 회사까지 아무리 빨리 가도 1시간. 아이 낳기 전에는 회사가 너무 멀어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갈까’ 생각했지만요, 아이와 출근 전쟁 치르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 요즘은 차라리 먼 것이 낫다 싶어요.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덕에 아이가 늘 자고 있거든요. 가끔 일찍 재운 다음 날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울기도 해요. 하지만 할머니가 안아서 달래면 언제 울었냐는 듯이 다시 무덤덤해지는 우리 순둥이 재호. 제가 씩씩하게 일하도록 벌써부터 저를 도와주는 아들이지요. 재호야, 고마워~. 재호 엄마 양선옥(10개월·31세,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 외출이 좋아좋아~ 제가 출근이 늦은 편이라 꼭 아이가 한창 놀 때 출근하게 되네요. 사실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 말씀으로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래 나가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하면서 몰래 가라고 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엄마와 아이 사이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서요? 얼마 전부터는 몰래 나가지 않고 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잘 놀다가도 엄마가 나간다고 하면 꼭 울어요. 아직 8개월밖에 안 되었고 이모님이 잘 봐주시지만 그래도 엄마가 나가는 건 싫은가 봐요. 그래서 낸 아이디어. 제가 출근 준비할 때 아이도 함께 옷을 입혀요. 코트도 입히고, 모자도 씌워주고요. 그러면 함께 나가는 줄 아는 모양인지 가만있더라고요. 일단 유모차에 태워 함께 나간 다음에 “동훈아, 엄마 학원 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하고 손을 흔들면 집에서와는 달리 그냥 쳐다보기만 해요. 요즘은 추워서 데리고 나가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이가 외출을 원하는데. 동훈 엄마 정어진(8개월·32세,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 노래에 취해 있을 때 슬쩍 나가요 출근하는 엄마를 향해 아침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우리 선욱이. 신기하게도 우리 선욱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하는 노래가 있어요. 친정엄마가 가르쳐준 노래인데 ‘사과 같은 내 얼굴’이라는 노래지요. 다른 노래는 불러줘도 별로 효과가 없었는데 이 노래는 첫 소절만 들어도 울음을 뚝 그치고 슬픈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답니다. 요즘은 흥얼거리기도 하고요. 노래가 끝나면 또 부르라고 해서 최소한 이 노래를 세 번은 불러줘야 해요. 아이가 완전히 노래에 취했을 때쯤 “선욱이 안녕~. 엄마 회사 다녀올게” 하고 표정이 바뀌기 전에 재빨리 나온답니다. 흥얼대는 아이가 예쁘다고 현관에 서서 인사를 길게 하는 날은 다시 우는 모습을 봐야 하니까요. 다시 울기 시작하면 그때는 절대 그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노래도 약발이 다하는 것 같은데, 더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요? 선욱 엄마 이다정(26개월·28세,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
● 샐리 어디 있어? 우리 여진이는 누가 봐도 천생 여자랍니다. 인형 보기를 아기 돌보듯 하거든요. 아기 인형만 보면 아기를 보는 엄마처럼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답니다. 물론 순전히 엄마 생각이지만 얼굴도 여성스럽고요. 그런데 엄마가 출근할 때는 입을 뾰로통하게 내민 채 징징거리고 따라다니며 울어대서 신경을 긁는답니다. 오히려 더 어릴 때는 순순히 떨어지더니 두 돌 지나면서부터 더 난리예요. “여진아, 엄마는 지금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돼. 넌 할머니한테 가 있어.” 아무리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좀 잔인하기는 하지만 여진이가 가장 아끼는 샐리를 볼모로 삼았지요. “샐리야, 너 언니랑 놀아. 뭐 안 논다고? 샐리 때려줘야겠네. 맴매” 하면서 때리는 시늉을 했어요. 그랬더니 더 크게 울면서도 샐리를 저에게서 빼앗아서 품에 안고 할머니에게로 가는 것 있죠. 딸아이의 그 따뜻한 감정을 이용했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진이가 떼쓸 때 “샐리 어디 있어?” 하면서 찾기만 해도 샐리 맴매할까 봐 얼른 샐리를 안고 가버려서 출근 준비는 더 빨라졌답니다. 여진 엄마 김민주(3세·33세,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