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예림의집으로ε♡з/따뜻한 하루

소소하나 확실한 행복

예림의집 2023. 2. 20. 09:48

소소하나 확실한 행복

제가 "이제는 계란부터 먹으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냉면 안의 계란, 튀김세트 속에 있는 새우튀김처럼,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장 나중에 먹었으나, 이제는 그 순간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둠초밥을 먹는다면, 이제 참치 뱃살부터 먹으리라”는 선언으로 끝나는 이 칼럼을 읽은 친구로부터 “그냥 섞어 먹어! 배고플 땐 노른자, 배부를 땐 흰자랑~!”이라는 메시지가 와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문요한의 책 <오티움>에는, 심리학자 대니얼 네틀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등장합니다.

어느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건강이나 가족관계, 돈과 지위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지수라는 것입니다. 지금 얼마나 행복하냐가 미래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행복을 미루면 행복의 감각 역시 녹슬고, 행복은 우리가 허락한 만큼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라고 했습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심리학의 지혜를 담은 좋은 처방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소확행은 자칫 상업적인 용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냄새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쁨과 쾌락은 분명 다릅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실컷 놀아주고 찍은 사진은 언제 봐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한밤의 라면과 치킨은, 그 순간 짜릿하나, 아침에 부은 얼굴이 보여주듯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해로운 행복은 쉽사리 얻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행복이 일종의 자기 선언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이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해지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지금 손에 쥔 커피 한 잔에서 느끼는 따스함과 향기에 행복해지는 것은, 곧 봄이 올 거란 예감 때문입니다.(백영옥)

소소한 행복이라도 지금 기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경험했던 불행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되씹음으로써 기분 나빠하거나, 아니면 장차 일어날 불행한 일을 미리 당겨서 슬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소하나 확실한 행복이 가득할지라도, 그 행복은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행복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고 그 주변에 불행한 일이 전혀 없을 때에나 제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죽음과 고통을 완전히 잊고 살거나, 아니면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 때, 그 행복을 제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