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저를 기다려주었습니다.
절절한 우리의 연애에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저의 생일을 맞아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 그가 두 시간이나 늦은 겁니다. 휴대전화가 일상적이지 않았던 시절, 저는 연유도 모른 채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 결심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와의 만남을 끝내야겠다!" 밤 9시가 되어서야 그가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저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더 이상의 만남은 무의미하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저를 붙잡고 자초지종을 설명할 거라 기대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우리 관계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한 달 뒤, 그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그는 제 안부를 묻고, 그날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 골목을 지나는데, 한 할머니가 봇짐을 진 채 쭈그려 앉아 있었답니다. 길을 잃었나 싶어서 할머니께 사는 곳을 물었더니, 주소가 적힌 종이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답니다. 택시를 잡아 기사님에게 부탁할까 생각했으나, 30분이면 직접 모셔다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동행했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국밥집 앞에서 "배가 고프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저와의 약속에 늦을 것 같아 초조했지만, 할머니를 두고 그냥 갈 수 없었답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해서 안전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겁니다.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드리고, 댁까지 바래다준 뒤, 전력을 다하여 약속 장소로 왔지만, 결국 늦고 말았답니다. 그날 뛰쳐나가는 저를 붙잡지 못한 것은, 제 마음이 이미 상한 터라, 어떤 설명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날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지, 연인 사이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그의 편지를 읽고 나니, 미안했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며 항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되레 제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그의 배려가 제 마음에 뿌리내리는 듯했습니다. 결국 그 고백이 프러포즈가 되어, 우리는 1년 뒤 결혼했습니다. 삶은 여전히 전투 같지만, 저로 인하여 일어난 일까지 극복해나갔습니다. 그때보다 형편이 나아진 지금도, 남편은 어려운 사람과 아이들을 남몰래 후원하고 있습니다.(고미령)
그렇습니다. 부부는 어찌어찌하여 만난 사이가 아닌 하나님께서 꼭 필요해서 짝지어주신 최고의 관계입니다. 어느 날 산책하면서 찍은 꽃 사진들을 공동체 카톡에 올려 보여드렸더니, 한 집사님의 답신이 왔습니다. “목사님, 꽃을 많이 좋아하시나 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품과 심성이 좋으시죠. 저의 마누라를 보고 알게 된 거랍니다.” 저를 칭찬하는 글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아내분을 자랑을 하신 그 집사님의 연세가 올해 83입니다. 그 연세가 되도록 사모님의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는 집사님이야말로 진정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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