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저를 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육아를 시작할 무렵, 저의 머릿속은 ‘어떻게 해야 이 녀석을 잘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뿐이었습니다. 책은 기본이고, 각종 정보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렸습니다. 혹 제가 잘못하거나 놓치는 것은 없는지, 조바심과 걱정으로 가득했습니다. 낮에는 녀석과 한바탕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면 잠든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자, 어렴풋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저를 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스승을 찾아서 사막을 헤매던 인생이, 사실 스승은 늘 제 곁에서 함께 하고 있었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육아’라는 단어에 의문을 가진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은,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아이를 기다리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주변을 살피고 수풀을 헤치며 한 발짝 한 발짝 스스로 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때문일까요? 오랜 기간 아이들이 보는 잡지에 그림을 연재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이 따라다녔습니다.
‘얘들아, 이러이러한 것은 잘못된 거야. 몰랐지? 우리가 가르쳐 줄게’라는 태도로 아이들에게 내용을 전달할까 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살아가다가 어떤 잘못된 것들을 접했을 때,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을 때, “그거 문제 맞아!”라고 넌지시 손잡아 주는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켜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인간적인 연대(連帶)’가 아닐까요? ‘육아(育兒)’가 아니라, ‘함께 성장’의 시간을 보내온 우리의 모습이 그러하길 소망합니다.(출처; 좋은생각, 김규정/그림책 작가)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에 와서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가 생겨나고 있지만, 전에는 그런 교육도 받지 않고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격다짐으로 자녀를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 때를 놓친 사람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제 부모가 될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부모 될 준비’를 해야 하리라 봅니다. ‘자식 키우는 일’보다 더 큰 애국은 없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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