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것만 같아..
수술이 항상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집도를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술 스케줄을 잡고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있는데, 끝없는 고독감이 밀려왔습니다. 불행이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것만 같아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왜 하필 암세포는 골반에서 계속 재발하는 걸까? 이 지독한 암세포는 방사선을 그렇게 쬐고도 왜 죽지 않았을까?’ 물론, 저는 현대의학의 한계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똑같은 부위에 치료를 계속할 때, 그 주위에 암세포가 퍼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지만, 안타깝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 정도 치료했다면, 방사선 안에 포위될 수도 있었습니다. 의학과 인간의 한계에 대한 불만이 저를 집어삼켰습니다. 패배감이 짓눌렀습니다. 수술을 하루 앞둔 날 밤, 9시가 다 된 늦은 시간에,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일 수술을 집도할 후배 의사였습니다. 잔뜩 심각한 표정이었습니다. 재차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제야 어렵사리 입을 뗐습니다.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의사들도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위험하거나 환자와 친분이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수술받고 난 후에 다리를 못 쓰게 될까 봐, 그는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마 동안 그 의사를 다독여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무릎을 꿇고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주여, 주치의의 손에 임재해 주시고, 그를 통하여 능력을 나타내주소서.”(출처; 희대의 소망, 전 연세대 교수 이희대 박사)
왜 안 그렇겠습니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환자 자신은 또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보통 MRI나 CT 촬영을 하는 경우에도 왠지 모를 두려움을 갖게 되지 않던가요? 평소에는 ‘죽으면 그뿐’이라 말하지만, 막상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의 그런 건방진 태도는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언제나 늘 주님을 의지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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