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후원 사역†/새벽 종소리

있다가 없으니..

예림의집 2020. 8. 25. 13:05

있다가 없으니..

 

샬롬! 지난밤 편히 쉬셨는지요? 8호 태풍 ‘바비’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대비하셔야겠습니다. 혹시,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이는 자녀들이 함께 살다가 떠난 뒤에 밀려오는 ‘허무함’을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곧 ‘빈 둥지 증후군’을 겪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있다가 없으니, 그동안의 생활이 얼마나 자식 중심이었는지 절감했습니다. 밥을 꼬박꼬박 새로 지은 것도, 냉장고의 음식을 채우느라 부지런을 핀 것도, 모두 자식에게 먹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둘만 있으니, 휴일이라고 나들이할 마음도 외식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연년생 자식 둘을 다른 지역 대학에 보낸 친구는 ‘하도 밥을 안 하다 보니, 쌀에 벌레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여서 뭐든 대충 건너뛰었습니다. 집안일이 단순해졌습니다. 매일 돌아가던 세탁기도 멈추고, 어지럽히는 사람이 없으니 청소할 것도 없었습니다. 삶이 갑자기 껍데기만 남은 듯 공허했습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두 분 다 남편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저는 늦둥이라서 형제가 모두 출가한 뒤에도 어머니 품에 오래 있었습니다. 그런 딸이 다 컸다고 밖으로 돌 때, 어머니는 어떠했을까요? 시어머니도 남편처럼 의지한 외아들을 다른 지역으로 떠내 보내고 오래도록 혼자 지냈습니다. 함께 하던 일상을 홀로 꾸려가는 게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새삼 알 듯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식이 빠져나간 공간으로 점점 시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아흔 살의 어머니는, 딸이 자라는 딱 그만큼의 속도로, 나날이 늙어갔습니다. 점차 어머니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어야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까운 곳에 계시지만 따로 살고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하고, 경로당이 쉬는 날이면 무료하지 않도록 건너가서 밥도 같이 먹습니다.(출처; 좋은생각, 김유경)

 

‘있어서 불편한 것’과 ‘없어서 불편한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있어서 불편한 것’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게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자기 마음에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있을 땐 없을 때를 생각하고, 없을 땐 있을 때를 생각하면,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전도서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