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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

예림의집 2020. 6. 5. 10:46

로마인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가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 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중략).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중략).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 천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김영하 저(著)《보다》(문학동네, 90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은 ‘현재를 즐기라(잡아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 전제가 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영원이 없는 현재의 즐거움은 없습니다.

짧은 생의 덧없음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바니타스(Vanitas)’화(畵)라고 합니다. 바니타스는 모든 정물화에 공통으로 담긴 메시지로 구약성경 전도서에 쓰인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2) “바니타스 바니타툼 옴니아 바니타스(Vanitas vaniratum omniavanitas)"의 첫 단어를 따온 것입니다.  

바니티스 화의 중요 소재는 다가오는 죽음을 상징하는 모래시계와 해골, 젊음이 유한함을 상징하는 꽃병 속의 시든 꽃 잎, 연기처럼 사라지는 영광의 무상함을 뜻하는 담뱃대 등입니다. 옛 지식인들의 서가에도 해골이 있었습니다. 삶과 동시에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영화는 연기처럼 다 사라집니다. 이것이 늘 겸손해야 할 이유이고 영원을 바라보아야 할 이유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도서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