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12주 공부
10여 년을 부교역자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지금껏 신학과 성경공부를 병행하면서 신학은 다분히 관념을 이론화하는 반면에, 성경공부는 신앙을 북돋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은 아주 독특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경을 중심으로 하고 신앙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사랑 체험, 그의 영 곧 성령 체험, 성경을 읽다가 그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려오는 체험, 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체험하는 것 등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체험들입니다. 체험 없이는 신앙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서 내가 하나님의 자녀, 동시에 주님의 제자라는 확신과 더불어 신앙인의 정체성이 확립되지요. '하나님의 자녀'와 '주님의 제자'라는 두 축에서 그 어느 한쪽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교계에서는 하나님의 영과 사랑을 강조한 끝에 하나님의 자녀 되는 것을 반겨 하지만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주님의 제자 되는 데는 사양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우선 제자가 되려면 성경공부나 그 말씀 체험에 그치지 않고 그 공부나 체험을 생활화해야 하는데 그게 싫다는 것이죠. 저의 신학을 빌려 표현한다면 '의식화'(깨침)까지는 이르는데 그 체험을 '생활화'하는 데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통전적인 이해를 괴할 수 있는 내용이 어디 없을까 고심한 끝에 '사도신경'을 떠올렸습니다. 구약에는 신앙의 집약체가 율법, 그중에서는 십계명이라고 할 수 있고, 신약에는 산상수훈 그중에서도 주기도문이라 할 수 있지만, 둘 다 신앙의 구조적 핵심을 아우르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천육백 년이 넘도록 변치 않는 선배 신앙인들의 신앙고백을 취택했습니다.
함께 공부할 <사도신경 12주 공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의 학생부 교육이 엉망이 되어버린 지금 그들을 위하여 준비되는 과정입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구어체로 쓰여집니다. 또 한 가지는 신앙 체험을 생활화해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성경공부 과정을 통해 학생들뿐 아니라 평신도, 목회자, 신학생들이 생동하는 신앙의 틀을 짜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0년 5월 22일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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