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비밀 상자, '따스함'
중학생 소녀가 학교를 결석하자 담임선생님은 가정방문을 통해 왜 학교에 나오지 않았냐고 묻자, 소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사실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나갔어요. 수건을 깔고 종일 누워 있어야 했거든요." 그리고 또 다른 소녀는 생리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부정합니다.
"저는 생리대 대신 휴지나 신발 깔창을 써요. 그러다 보니 피부에 심한 염증이 나고, 역겨운 냄새가 나서 너무 괴로워요. 생리 같은 거 안 하고 싶어요." 불과 3년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많은 후원과 관심이 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저소득 가정 소녀들은 여전히 생리대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매달 생리대를 살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없기에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찾아오는 그날이면 소녀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생리하는 날이면 하나의 생리대로 종일 버티거나, 친구에게 빌리고 보건소에 가서 받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럴 수 없기에 생리 기간이 싫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몇 년 전,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와 단둘이 사는 13살 수현(가명)이는 얼마 전, 초경을 했습니다. 친구들은 초경을 하면 엄마가 축하하는 뜻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사주며 파티도 해주고 어떤 친구들은 예쁜 속옷을 선물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현이는 아빠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기분이 이상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직장 때문에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렸다가 말하기도 쑥스러웠습니다.
생리를 시작했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생리대를 사야 하니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 어떤 생리대를 써야 좋은지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합니다. 당장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일단 친구에게 빌리고, 보건소에 들를 생각입니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수현이는 그 어떤 때보다 엄마의 빈자리를 너무도 크게 느낍니다.
저개발국가 빈민가에 사는 소녀들은 낡은 옷이나 수건을 잘라서 생리대를 만듭니다. 하지만, 임시로 만들다 보니 생리혈이 새어 나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낡은 천으로 만든 생리대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깨끗한 물이 없으니 1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서 자주 씻지도 못하는 데다 제때 세탁할 수도 없어서 면 생리대 사용이 비위생적인 상황입니다.
이렇게 비위생적인 생리혈 처리로 인해 소녀들은 질염 같은 병을 많이 앓고 있으며, 제때 치료하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생리대를 계속 빨아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그나마 위생적인 일회용 생리대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녀들은 앞으로 어머니가 되어 다음 세대를 양육해야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저개발국가 소녀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자신이 여성인 것을 한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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