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하나님께로..ε♡з/성경,말씀,설교,묵상

날마다 나를 벗어나..

예림의집 2019. 3. 15. 17:41

날마다 나를 벗어나..


여인들의 달콤한 사랑 고백을 지켜보며 외로움을 달래는 싱글들처럼, 오랜 세월 홀로 지낸 생과부처럼 나도 음욕을 품고 여자를 봅니다. 순간 이미 간음을 범한 것입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뒤따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나도 내 죄가 부끄러워 슬그머니 동산 어딘가에 숨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그분이 슬며시 나타나 나를 부르십니다.

"네가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3:9).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던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그분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요한복음 8:11, 새 번역)라고 하십니다. 죄의 무거운 짐을 용서로 벗겨 주십니다. 무거운 죄짐을 벗고 용서의 가벼운 짐을 지게 하십니다. 이 한마디에 짧은 휴식, 쉼이 있습니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삶은 곧 '여행'으로 부르심이었습니다. 짐을 싸라, 떠나라, 머물러라. 이 세 가지 동사가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어였습니다.

이 여정은 결국 "그 땅으로 들어가는" 여행입니다. 하나님을 만난 뒤로 '여행'이 잦아졌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밖에 머무는 삶이 길어졌습니다. 부르시면 나가야 합니다. 매일 묵상할 때마다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오늘도 떠나라고 하실까? 불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그분의 부르심 속에 나를 알아가는 길이 있고, 그 부르심 가운데 들어가야 할 약속의 다잉 있기 때문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여행을 "연애 다음으로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에 대해 끝나지 않은 바람의 무게"를, "머잖아 구겨진 빨랫감 같은 공허들을' 토해 내듯, '나'라는 가방에 든 구겨지고 더럽혀진 몸이 '그 땅으로 가는' 여행을 그리워합니다. 여행 가방에서 구겨지고 더럽혀진 것을 꺼내 세탁하듯, 묵상은 내 몸에서 더러운 것을 끄집어내 깨끗하게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다시 그 구원의 땅을 향해 떠나게 합니다.

고향을 찾아가는 야곱처럼 나도 메마른 내 삶의 얍복 강가에 섰습니다. 말이 좋아 강이지 물은 없고 그냥 마른 모래로 가득합니다. 야곱은 그 황량한 땅에서 밤새 기도했습니다. 난 한두 마디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야곱은 밤새도록 구절구절 읊조렸습니다. 귀향이 기도였고 그 밤에 강가 바닥에 꿇은 무릎이 기도였습니다. 얍복 강가에서 만난 그분은 야곱에게 애원하셨습니다. "나로 가게 하라"(창세기 32:26). 그분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붙잡은 야곱더러 '나를 놓아 달라'라고 간청할 만큼 무기력한 분입니다.

피조물에게 굴하실 줄 아는 전능하신 하나님께 붙잡힌 삶은 이미 내가 그분의 동역자임을 깨닫게 합니다. 얍복 강가에서 나를 붙잡고 씨름하실 만큼, 자신을 보내달라고 청하실 만큼, 그분은 나를 대등하게 대하십니다. 내 허락 없이는 떠나시지도 못하실 만큼 그분은 내 곁에 가까이 계십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며 형을 두려워하는 야곱의 오래 묵은 허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비로소 그는 안식을 누립니다.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자신의 허물로부터의 자유. 나도 날마다 메마르고 황량한 내 삶의 얍복 강가에 섭니다. 거기서 하나님과 씨름합니다. 낡은 나를 마주하고, 버리고, 새로워지고, 자유로워집니다. 나를 벗어나, 참된 나를 찾아 그 땅으로 향하는 여행에 다시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