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
나에게도 아내가 있어서 좋다.
쌀쌀한 가을밤 끝까지 활짝 피어 줄
그 꽃잎처럼 말이다.
너를 꼬옥 안으면
너의 마음이 나에게 전이되어
너의 쓸쓸함과 힘겨움과 한숨조차
나에게로 밀려와 스며든다.
나는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오고
너는 밥을 지어주고,
내 목에 넥타이를 매어주며,
내 서제를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깔끔한 아내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나의 길은 너무나 협착하고 불편하여
너 또한 그 길을 걷고 있다.
한량 끼 많은 내가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에
살며시 내가 좋아하는 메밀차를
끓여다 주는,
그래서 매일
나의 마음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나를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어쩌면 불평등한 부부의 꿈은
이미 놓쳐버린 지나간 꿈이 되었다.
다만 지금 바라는 것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
너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