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의 모슬렘의 정치화 경향
친구에서 원수로
미국과 이락크의 전쟁이 기정 사실화 되면서 중동지역에서 모슬렘과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모슬렘 인구의 대부분은 바로 아시아에 살고 있다. 아시아 인구36억 중에 기독교 인구는 8.6%인데 반해 모슬렘 인구는 24.7%인 9억1천만명으로 전체 모슬렘 인구의 12억7천만 중 71.7%를 차지한다. 즉 대부분의 모슬렘이 아시아 지역에 산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모슬렘 인구가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이다. 따라서 최근의 서구 세력과 이슬람의 충돌은 단순히 미국과 중동 국가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원래부터 다 종교 공동체다. 세계의 주요한 종교들이 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종교간의 갈등도 있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종교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였다. 그러나 최근 9.11사태 이후의 모슬렘과 세계와의 갈등은 아시아 지역에 공존하고 있던 모슬렘과 다른 종교들 간의 갈등의 폭을 확산시키고 말았다. 최근 타임지는 많은 지면을 아시아의 모슬렘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는데 아시아 여러 나라에 사는 모슬렘들의 삶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을 통해 그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세상은 그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 지를 그리고 있다. “ 이슬람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이슬람은 영원할 것입니다” 말레이지아의 이슬람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니크 아지즈 (Nik Aziz)가 한 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말 한마디가 현재 모슬렘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전까지 한 도시 안에서 공존하며 친구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았던 모슬렘과 기독교인, 혹은 모슬렘과 힌두교인들이 이제는 서로를 더욱 배척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 세상의 분위기는 모든 문제를 원인을 모슬렘에게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9.11 뉴욕 폭탄 테러에 이어서 인도네시아 발리 디스코텍 폭파의 배후에 모슬렘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는 모슬렘을 근본적으로 전쟁과 테러를 일삼는 이들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슬렘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상식적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 환경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 체계에 의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는 평범한 모슬렘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이 위협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모슬렘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에 의해 과격주의자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그들은 이슬람을 정치화 함으로서 자신들이 사는 국가를 이슬람 국가화하는 것 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도전에 대한 응전
모든 사회적 현상은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 속에서 만들어 진다. 일방적으로 모슬렘이 원래부터 전쟁을 좋아하고 인류 평화를 파괴하는 집단인 것처럼 소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모슬렘에 대한 이미지의 많은 부분은 서구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리고 그 서구는 기독교 문명이었다. 결국 역사 속에서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은 지속적으로 대립해 왔고 그 과정에서 모슬렘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십자군 원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서구의 지원을 배경으로 한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과 그 이후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힘이 중동의 석유 자원을 통제하여 경제적 지배를 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은 경제적 동기가 종교적 신념과 맞물리면서 너무나도 복잡한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특히 공산권의 붕괴는 그 동안 세계 권력구조의 긴장과 균형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대립 구조가 만들어 졌는데, 그것은 이전의 공산주의와의 대립과는 다르게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기 보다는 종교적 경제적 인종적 대립 구조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면서 최근에 와서 더 급속도로 긴장관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 바로 모슬렘과의 긴장 관계이다. 그 결과 그 동안 다 종교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종교 간의 균형을 유지해 오던 아시아의 각 나라 안에서도 종교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모슬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들의 모슬렘은 자신의 국가를 이슬람의 법에 의해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화 하려는 시도로 발전하게 됐고 그 결과 더 많은 종교간의 갈등을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비록 모슬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러 종교들이 나름 대로 공존해 왔지만 최근 모슬렘과 타 종교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판차실라라는 정책으로 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불교, 천주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며 그 대신 타 종교에 대해서 포교활동을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종교를 믿을 자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종교간의 갈등은 모슬렘 과격분자들로 하여금 인도네시아를 이슬람 국가화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했고 그 결과는 각 종교나 계층 혹은 정치적 이해 관계에 있는 집단 들 간에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독교와 모슬렘과의 긴장이 확대되고 있다. 모슬렘 분리자들에 의해 교회가 불살라지고 또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독교 중심 지역에서는 모슬렘들이 테러를 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모슬렘의 급격한 정치화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났는데, 필리핀의 경우 80년대 말까지 주요 모슬렘 거주 지역인 민다나오를 중심으로 모슬렘해방전선이 형성되어 독립국가로 분리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필리핀이 민주화되면서 중앙정부의 견제를 받으면서 이제는 그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얼마 전 수하르토 정권이 부패하고 붕괴되는 과정에서 모슬렘 과격분자들이 인도네시아를 이슬람국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메가와티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잠잠해졌으나 다시 현재의 부통령이 강력한 회교주의자로서 국가의 이슬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말레이지아의 경우는 법적으로 모슬렘국가이다. 말레이지아 이슬람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니크 아지즈 (Nik Aziz) 는 비록 말레이지아가 모슬렘 말레이 원주민, 중국인, 인도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슬람 법에 의해 통치되는 다 인종 다 종교사회가 되길 원하는 것이다. 즉 이슬람이 단순히 하나의 종교가 아니라 국가적 삶의 체계로 인정되어 이슬람의 삶의 원칙 아래서 다 인종 다 종교 사회를 구현하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이슬람 국가화가 오늘날 동남 아시아 여러 국가에 복음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세계화라는 개념으로 물밀처럼 밀려들어오는 서구의 경제적 문화적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의 전통과 삶의 가치 그리고 신념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이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말레이지아의 말레이 원주민은 이슬람, 중국 화교들은 기독교, 인도계 인디안들은 힌두교 등으로 분열되어 있는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삶의 가치 체계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이슬람이라는 것이다. 다른 집단들도 마찬가지지만 모슬렘의 정치화 경향은 국가적 상황이 불안거나 자신들의 정체성에 위협을 느낄 때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전 세계적 상황이 모슬렘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슬렘이 해체되기 보다는 더욱 강력한 정치 집단으로 변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70년대의 호메니에 의한 이란 혁명이라든지 최근의 이라크 정권 등이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종교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신념이다. 결국 자신이 신념이 위협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그것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것이다. 한편 이슬람의 경우 그 어떤 종교 못지 않게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삶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믿음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가치체계와 삶의 일치로서의 이슬람
622년 마호메드가 메디나에서 계시를 경험하고 그것을 기록했다고 하는 코란이 만들어 지면서 얼마 되지 않아 마호메드를 중심으로 한 커다란 믿음의 공동체가 만들어 졌다. 그러면서 계시로서의 코란이 가지는 역할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즉 신의 본질에 대한 내용(신은 누구신가) 보다는 그 신에 대해 인간을 어떻게 반응해야 하며 공동체 안에서 인간의 사회적 혹은 개인적 의무가 무엇인가에 대한 강조점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혹은 규범적 내용이 종교로서 모슬렘의 내용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했다. 그 결과 이슬람 신앙에 근거한 각 신자들의 개인적 사회적 의무를 기술한 내용이 등장하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이슬람의 종교법인 샤리아(Shariah)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슬람들의 생활과 관련된 법칙들, 예를들면, 하루에 5번씩 기도한다든지, 평생에 한번은 성지를 방문하는 일,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른다든지, 여자는 머리와 얼굴을 가린다든지, 여자가 간음하면 사형에 처한다든지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종교법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이슬람을 하나로 묶고 결속하게 하는 특별한 기능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은 여타 주요 종교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면 기독교도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들이 있지만 그 방식이 각 시대와 문화 혹은 나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 비해 모슬렘의 경우는 어는 나라에 살던 동일하다는 것이다.‘샤리아’는 결혼에서부터 시작해서 공동체의 경제 생활, 범죄에 대한 처벌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다 포함하는 명령과 금지령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모슬렘이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다 동일한 이슬람법에 의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비록 그들이 국적이 다르고 종족이 다르다 할지라도 한 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슬람을 강력한 하나의 통일된 공동체로 묶는 기능을 한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웃의 이라크, 사우디, 터키 등에서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에서도 모슬렘이 그 전쟁에 참여한 것은 이러한 모슬렘들의 연대 때문이다. 이렇게 삶과 신념의 가치체계가 동일하게 나타날 때 이것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고난이 닥칠수록 그들은 더욱 단결하게 되고 그 결과는 그들의 가치 체계를 더욱 확고히 해 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것은 기독교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고난이 올수록 더욱 강력한 믿음을 보여준 것이 기독교 역사의 기록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과 이락크의 전쟁에서 비록 미국이 이길지라도 그 결과는 모슬렘의 연대를 더 강력해가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가지는 도덕적 정치적 부패로 인해 같은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후세인 정권은 이 전쟁이 이라크라는 한 국가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이슬람 전체에 대한 전쟁이라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서 종교와 문명간의 갈등으로 몰고 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 또한 이번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또 다른 타임지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대통령인가 성직자인가’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아침에 일어나 먼저 새벽기도에 참여하고 성경 읽고 하루를 시작할 뿐 아니라 요즘 백악관 안에서는 성경공부 모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라크를 향해 성전(聖戰)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이며 극 보수적인 대응이 미국 사회에 먹혀 들어가는 것은 9.11 테러가 미국 사회에 미친 충격이 그만 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문에도 여러 번 기사화되었듯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보면 미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공항마다 검색이 엄청나게 증가되었고, 비행기 안에는 손톱 깍기 하나도 들도 들어가지 못하게 철저히 검색한다. 얼마 전에 미국의 한 공항에서 검색대에 있는 한 검색원이 잠시 30분간 졸았다는 사실이 발견 되었는 데, 그 즉시 공항당국은 전체 공항을 하루 동안 완전히 폐쇄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그만큼 9.11 테러의 충격이 컸다는 말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그들이 비록 기독교인들이라 할지라도 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성경적 가르침은 현실적 공포와 기득권 앞에서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한 제압으로 나타나면서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도로 무너진 장벽을 막아서라
그러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교회들 가운데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모슬렘의 정치화와 과격화를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로 대항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대 모슬렘 국가이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기독교가 놀랍게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부흥과 회복을 위한 연합중보기도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몇 년 전 수하루토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에 들어갔고 모슬렘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모슬렘국가화 시도가 일어날 때 전국의 기독교인들에게 금식과 중보기도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연합으로 회개와 영적 각성을 위한 기도운동을 일으켰다. 하나님께서 놀랍게 역사했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 정권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현재의 중립정권이 들어서는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결과가 우연이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도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도우심과 역사였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최근 이라크 전쟁을 막으려는 기도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몇몇 교회와 연합중보기도운동을 통해서 확산되고 있다. 하나님이 이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공의와 평화가 함께 이룩되는 세상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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