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쟁탈전
언제부터인가 소위 교회성장학파들의 무분별한 교회성장지상주의가 경영학의 이론을 빌려 입고 한국교회에 나타났다. 그 이전의 성령 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한국교회는 안정적인 선교기반과 사회적 역량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령운동을 주도하던 부흥사들의 역량으로는 새로운 교회상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또 민주화 운동에 전념하였던 진보적 기독교 인사들 역시 소원하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방향 전환에 실패하고 민주화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몰락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교회는 새로운 진로를 제시하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채, 교단별 혹은 목회자별로 그 성장의 과실을 관리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새 시대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남아도는 힘과 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어긋난 길로 들어섰고, 그 길을 인도한 것이 다름 아닌 교회성장주의였다. 그들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외치며 승리자가 되려면 승리자의 뒤를 따르라는 식의 주장으로 크고 강하고 힘 있는 대형교회를 제시하였다. 이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한국교회는 앞 다투어 대형화, 기업화하면서 첨단 경영기법들이 교회운영에 동원되었다. 백화점 입지조건이 교회의 입지조건이 되었고, 기업 경영기법이 교회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작게는 교적부 작성에서부터 크게는 교회 마스터플랜 작성에까지 전문가들이 동원되었고, 최첨단 전산 장비들이 들어오면서 교회 간 대형화 경쟁이 불을 뿜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엇나감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교회 대형화의 필수품이 교회버스였다. 성도의 편의제공이라 하나 실상은 고객동원의 백화점의 예를 차용한 것에 불과했다. 대형교회를 위해서는 많은 성도들의 동원이 필요했고, 대형교회 브랜드와 유명 목회자를 내세워 저인망식으로 성도들을 쓸어가는 와중에 개척교회들은 목회자들의 능력에 상관없이 무너졌다. 이제 성도들조차도 대중교통이 있어도 교회버스가 오지 않으면 교회를 가지 않는다. 그러니 심지어 개척교회조차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일 예배와 설교 준비를 포기하고 버스 운행의 교인 쟁탈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익명의 개척교회 목사님의 한숨 섞인 고백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들 잘 나간다는 서울시 강남의 한 모퉁이에서 6년 전 건물 지하 한켠을 임대해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처음에는 목회의 부푼 꿈을 안고 사명감에 불탔던 것도 사실이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사명을 부르짖을 형편이 못 됨을 고백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생존에 허덕인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6년 동안 겨우 교인 20명의 교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창기 멤버가 8명이었으니 겨우 12명이 더 늘어난 셈입니다. 이는 도시 개척 교회 전체를 생각할 때 꽤 괜찮은 편입니다. 근처에 있는 어느 교회 목사는 4년째 사모와 두 자녀만을 놓고 주일예배, 저녁예배,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새벽예배는 목회자와 사모 둘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 교회 목사는 이미 오래 전에 설교 준비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설교 준비를 하기가 싫어졌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더 이상 목회가 아닌 것입니다. 그래도 교인 20명이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최근 교회 주변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큰 교회에 있다가 나온 훌륭한 목사님이 주변 큰 교회 목회자로 부임한 것입니다. 교계 전체에 소문이 났습니다. 교인들도 많이 모이고 최근 교인이 더 늘어난 모양입니다. 잔뜩 긴장이 됩니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옆 교회는 벌써 젊은 청년 몇 명이 교회를 옮겼다고 합니다. 당장 우리 교회에서도 그 교회로 갈 만한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분당에 최근 큰 교회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작은 개척 교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고 들었습니다. 그 소문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재벌의 엄청난 자금력과 문어발 식 투자로 중소기업들이 다 망하듯이, 도심 개척 교회들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져 갑니다. 무한 경쟁시대에 작은 개척 교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암담합니다. 요즘 다 때려치우고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짓고 살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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