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교의신학

서론: 예비적 고찰

예림의집 2012. 3. 27. 17:27

서론: 예비적 고찰

 

장르

 

개론이라는 장르는 구약학 내에서 분명하게 설정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개론은 성경을 정식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본문을 이해하기 위한 탐구를 시작할 때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책들 중의 하나이다. 개론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 주제의 예비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영(E.J. Young)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용어는 "안으로 안내하다(lead in)" 혹은 "소개하다(to introduce)"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단어 introducere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 이 개론서의 목적은 다른 모든 개론서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이 구약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고자 할 때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더 현대적인 용어를 빌린다면 우리의 목표는 학생들이 해석 능력(reading competence)을 얻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성경학의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많은 개론서들이 존재해 왔다. 이 장르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다시 반복해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장르의 발전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이 책의 틀을 잡는데 어느 전도 도움을 얻기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한 전환점들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교회 교부들은 우리가 오늘날 구약 개론서라고 부르는 종류의 책들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나중에 개론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책에 들어갈 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취급했다. 다시 말해서 제롬, 아우구스티누스, 오리겐 등은 저작권, 문체, 정경성, 사본, 신학적 문제들 등의 주제들에 대해서 글을 썼다. 그러나 이런 주제들에 대한 그들의 견해들은 한 권의 책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차일즈와 영은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구약개론이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영은 미카엘 발터(1636년)가 총론적인 객관과 각론적인 개관의 문제를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그의 책이 첫 개론서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차일즈는 1780년부터 1783년에 걸쳐 세 권으로 된 개론서를 펴낸 아이히호른을 첫 개론서의 저자로 본다. 이런 견해 차이는 영감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발터의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보수주의자 영과 비평학적인 방법 도입 여부를 최초의 “진정으로 근대적이고 역사비평학적인 개론서(1979,35)”의 기준으로 삼는 비평학자 차일즈간의 입장 차이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20세기의 개론서들은 구약학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들을 따라 진화를 거듭했다. 그래서 율리우스 벨하우젠이 문서설을 도입한 후에는 모든 개론서들은 그의 이론을 다뤄줘야만 했다. 양식비평과 전승사비평 등 새로운 발전들이 이뤄질 때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다.

비록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개론서들이 비평학적인 방법들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지만 이러한 비평학적인 개론서들 사이에서도 차이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점들은 현재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개론서들을 표본 조사해 보면 드러난다. 아이스벨트의 개론서는 고전적인 독일 비평학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성경의 각 부분들의 형성과정의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그는 오경의 문서설적인 부석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물론 그의 책이 세부적인 내용들에 있어서 나름대로 독특한 점들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평학적인 전통 속에서 렌토르프는 다소 다른 접근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오경과 관련하여 노트 및 폰 라트의 노선을 따르고 있는 그는 더욱 역사적인 분석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에 치일즈는 구약성경의 각 책들의 역사적인 발전과정의 문제들을 괄호 속에 집어넣고 대신 각 책들의 정경상의 기능들에 대해서 개괄하고 있다.

앞의 문단들은 구약 학계의 주류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유럽, 영국, 미국의 비평학적인 개신교 구약학계의 발전 사상들을 개관하고 있다. 개신교 구약학계는 지금까지 주류를 차지해 왔다. 왜냐하면 19세기 초 이래로 서경 본문에 대한 이들의 접근방법이 대부분의 큰 교회집단들, 그리고 사실상 거의 전 학계의 중심을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저술 및 교육 활동을 한 가톨릭 학자들과 유대교 학자들 역시 이들이 개진한 학문적 주장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수가 적기는 하지만 이 분야에는 단호한 입장을 가진 보수적 개신교 학자들도 역시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면서 구약 개론서들을 출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론서들은 영, 아처, 해리슨, 라솔-부쉬-허버드 등이 쓴 책들을 꼽을 수 있다. 이 개론서들은 그 길이나 관심분야에서 서로 차이가 난다. 그리고 신학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다. 비록 이 책들이 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성경 본문을 접근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책들 대부분에서 드러나 있는 보수적인 학자들의 특징은 변증학적인 사항들에 대한 관심이다. 비록 이러한 관심이 라솔-부쉬-허버드의 개론서의 경우에는 아주 미미하게만 드러나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보수주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대부분들의 논의를 역사비평학적인 방법에 대항해서 싸우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오경의 문서설적 연구에 대해서는 더욱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