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서울신학교 학생으로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목요일 하루면 이제 존경하는 네 분 교수님들의 수업도 마지막입니다.
먼저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신학함에 정진하지 못한 것을 회개합니다. 열심으로 해오기는 했으나 되돌아 보니
부족함 투성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하루 남겨두고 보게 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과연 목사가 될 자격이나 있을런지요...
오늘은 저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날이었습니다. 네 분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이었으니까요.
오늘 7시부로 모두 해임교수님이 되셨습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이렇게 대우하지 않는데...
아무리 총회인준 신학교라고 하지만 일반 직장보다 못한 사람들이 신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이번 학기는 저에게 참으로 힘든 학기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함께 힘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몸은 힘이 들어도 마음이 지치지 않아 괴롭진 않았는데...
입시날 당일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증경 대위원장 김귀형 전도사님과 함께 시험장에 미리 올라갔습니다. 배정된 강의실도 확인 할 겸 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습니다.
이곳에 서기 위에 4년을 몸부림치고 겨우 올라왔는데 연약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내 모습이 보이니 말입니다. 주님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 학교의 아픔이 가슴을 저려왔습니다. 나는 이 큰 선지동산에 올라올 자격이나 있을까...
전날 대학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에 권병렬 전도사님과 내려오면서 '내년에는 이곳에서 공부하시겠네요'라는 말을 건냈습니다. 권전도사님은 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냥 웃으며 내려왔습니다. 그때 입시를 치르는 것보다 학교생각에 마음이 모두 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신학교는 나에게 그리고 동기들에게 잊지못할 학교임은 분명합니다.
주님을 위해 목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시험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속이 후련했습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신학도로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으니 말입니다. 악에 대하여 비판하고, 부도덕과 비윤리에 진리의 칼을 대고, 입시까지 치렀으니 말입니다.
학교에 올라가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겠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 무거웠던 짐들이 조금씩 내려지고 있는가 봅니다. 부끄럽지 않은 신학생으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있고자 더욱 열심을 내고자 마음을 추스렸는데 하루 밖에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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