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의 쓸쓸한 퇴장이 아쉬운 이유
히어로즈는 지난 16일 외야수 전준호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그저 보도자료 한장으로 전준호의 마지막이 결정되버린 것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전준호가 누구인가. 양준혁(삼성)에 이어 두번째로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도루에선 그가 1등이다. 통산 550도루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바로 전준호다.
팬들은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 안타치고 도루하는 전.준.호 " 라는 응원가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보다 더 전준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다.
전준호는 지난 1991년 롯데에 입단해 6시즌을 뛴 뒤 1997년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로 트레이드 돼 올해까지 13시즌을 뛰었다. '야구 명가' 현대 유니콘스의 영광과 좌절에 그는 늘 중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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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호급의 선수가 구단의 아무런 조치 없이 은퇴로 몰리는 일은 보기 쉬운 일이 아니다. 히어로즈는 그에게 코치직도 제안하지 않았다. 또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
항간에는 전준호가 (동료들에게)인기 없는 선수였다는 점이 코치 발탁 결격 사유라고 이야기 한다.
필자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전준호는 인간관계가 폭넓은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선수다. 몇몇 야구인이 그를 두고 " 자기만 아는 선수 " 라고 비난하는 걸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전준호는 '자기만 아는' 안하무인 스타일의 선수와는 격이 다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지금의 업적을 만들어낸 선수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한곳만 보며 노력해 온 것이 잘못이 될 수는 없다.
몇년 전 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와 함께나눈 이야기들은 아직도 머리와 가슴 속에 진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전준호는 도루를 " 팀 플레이 " 라고 말했다. 자신의 기록으로 남는 것이지만 팀을 위해 뛴다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도루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도루는 늘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앞세워 뛰기만 한다면 팀에 큰 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도루는 참 힘든 일이기도 하다. 순간적인 스타트를 끊어 전력질주한 뒤 몸을 던져 슬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상과 체력 문제가 늘 따라온다.
그러나 팀이 필요로하면 뛸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 힘이 떨어지면 당연히 타격감도 떨어진다. 그러나 자신의 시즌 타율을 위해 뛰어야 할 때 자제한다면 결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 고 했다.
그가 출루해 루와 루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동안 타자들이 얻은 유.무형의 소득을 생각해보자. 그런 관점에서 전준호는 매우 '이타적인' 선수였다.
김성근 SK 감독은 전준호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전준호가 기습번트를 대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그 처럼 번트를 기술적으로 완성시킨 선수는 찾기 힘들다. 후배들이 어떻게 저런 번트를 댈 수 있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 "
프로는 기술자들의 무대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최고의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기본이다. 전준호는 '프로'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선수였다.
전준호는 도루와 번트에 있어 가히 장인(匠人)의 경지에 오른 선수다. 정말 그의 경험이 조용히 묻혀버리는 것이 우리 야구를 위해 올바른 일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철우 이데일리 SPN 야구전문기자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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