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하나님께로..ε♡з/기도의횟불

옮긴이 서문

예림의집 2008. 11. 23. 22:02

언젠가 루터는 기도와 묵상과 고난이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루터 자신의 삶을 요약하는 핵심적인 낱말들이다. 루터는 기도의 사람이었다. 그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분주했지만 바쁘기 때문에 더욱 기도한다고 즐겨 말했다. 기록에 따르면, 루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네 시간씩 기도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종교개혁이라는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도하지 않고 일에 힘쓰는 것은 뿌리를 내리지 않은 채 위로만 치솟으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입버른처럼 말했다.

 

능력 있는 그의 기도는 죽어가는 사람까지 살려낼 정도였다. 1540년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미코니우스가 병에 걸려서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작별의 편지를 보내왔다. 루터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회신했고, 미코니우스는 자리에서 곧장 일어났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자네는 죽지 말고 살아야 하네. 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내게는 아직도 자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야. 주님은 결코 자네가 죽었다고 내게 말슴하지 않으실 테고, 나보다 자네를 더 오래 살게 하실 것이라네. 나는 이를 위해서 기도한다네. 니것이 내 뜻이며, 이러한 내 뜻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네. 나는 오직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기를 소원하고 있기 때문이지."

 

루터는 말씀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그가 종교개혁이라는 대단한 사역을 성공적으로 감당해낸 능력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비롯된다. 죄와 은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던 루터에게 있어서 성경은 어두운 시기를 벗어나게 해준 한줄기 빛이었다. 루터는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죄의 문제와 씨름을 벌이다가 로마서를 통해서 힘겨운 영적 싸움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했고, 이후로 그는 말씀의 사람이 되었다. 루터는 교황과 로마교회의 권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과 신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그리스도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리스도인은 신실하게 신앙과 성경에 따라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은 견디기 힘든 교화의 법 없이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로마의 법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아니면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정한 신앙은 존립하기 어렵다."

 

그리고 루터는 고난의 사람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로마 교황의 발못을 지적하고 토론을 기대하면서 시작된 1517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일어난 사건은 그의 삶을 고난으로 이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루터는 비텐베르크교회(슐로스 키르케)의 대문에 그 유명한 95개조의 조항을 붙였다. 덕분에 그는 1520년에 로마교회와 최종적으로 결별했다. 교황은 1520년 6월에 루터의 모든 저작을 이단으로 판정하고서 모두 파괴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1521년 1월 3일 파문된 루터는 신변의 안전을 염려한 선제후 프리드리히 때문에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1년 간 은신해야 했다. 이후로도 그는 로마교회와의 오랜 다툼의 과정에서 가까운 동료들을 여러 명 잃은 것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종교개혁을 변함없이 수행해야 했다.

 

루터는 다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남긴 저서는 모두 3천 1백 권으로, 무려 6만 쪽을 넘겼다. 이런 다작은 교황의 대리자들까지 놀랄 정도였다. 루터가 보름스 제국회의에 소환되었을 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한꺼번에 쌓여 있는 저서들을 보고서 한 개인이 집필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그랬던 루터가 기도를 주제로,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분랴으이 이 책을 집힐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 때문이었다.

하루는 루터이 이발을 도맡아 해주던 페터 베스켄도르프가 기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루터는 누구보다 분주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위해서 봉사하는 이발사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원고가 1535년 봄에 "단순한 기도의 방법, 귀한 벗을 위해서" 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현재까지 경건 서적들 가우데 대표적인 고전으로 인정 받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기도의 진수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적 거장이 자신의 평소 기도생활을 통해서 깨달은 기도의 노하우을 진솔하고 단순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발사에 대한 루터의 신뢰와 애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덤으로 확인하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런던에 있는 스펄전 칼리지의 학장을 지낸 레어먼드 브라운의 글을 덧붙였다. 레이먼드 브라운은 작가이자 주석학자답게 루터의 글에 담긴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요즘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서 설명하고 있다. 계속해서 레이먼드의 설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잠언처럼 집필된 루터의 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기도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옮긴이 유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