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소풍 길나서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속에는 두근거리는 작은 설레임과 기대를 담은 채로 ...
아들은 운전석에 아비는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아들 녀석과 가슴을 열어놓고 흉허물 없는 대화를 나눠 본지가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이 결혼하기 전에는 우리 부자가 죽이 맞아 가끔씩 단둘이서 낚시도 다니고 어느 해 연말에는 포장마차에서 국수나 한 그릇 사먹고 들어오자고 자정이 다 되어 집을 나서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밤길을 달려 강릉 경포대까지 달려가 닭 꼬치며 어묵 홍합 국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내친김에 정동진 해돋이까지 하고 이튼 날 오전에야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밤새 걱정 시킨 기억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쩌면 내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그 시절에는 핸드폰이 아주 귀하고 없었습니다.)
제 아비의 군것질 레벨을 잘 아는 아들이 이 것 저 것 많이도 준비를 했습니다.
ㅇㅇ 에게는(며느리) 충분히 이야기 하고 왔니?
두고 온 며느리가 걸려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전혀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되니 그냥 편하게 마음 가지셔요.
하긴 울 며느리가 착하긴 착하지 아무렴 시아버지하고 같이 나서는 주말여행인데...
일부러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나지막이 정겹게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도 구경하고 작은 소도시 읍내도 구경하고 나 어릴 적 읍내 시장은 그리도 크게만 여겨졌는데 어느새 내 눈에 보이는 작은 읍내의 모습에서 내 자화상을 봅니다.
코흘리개 개구쟁이도 이마에 깊이 자리한 주름 깊이와 굽어진 허리로 세월을 가늠하게 하는 노인네들까지 뻥튀기 한 자루 단 팥죽 한 그릇으로 다 끓어 안아 주던 사람 냄새 물씬 나던 읍내 장터 골목의 모습들이 철 지난 바닷가의 을씨년스러운 그런 모습입니다.
어느 새 나도 사위를 두고 며느리를 두고 이미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데 말입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산다고 열심히 살았지만 돌아보면 참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돌이킬 수도 비켜 설수도 없는 세월의 무게 앞에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가슴앓이를 하곤 하다가도 예쁘고 착하게 열심히 살아주는 자식들이 있음과 두 살 박이 손녀의 재롱 앞에서 또 다른 사는 재미라고 자위하며 새 힘을 얻습니다.
구불구불 굽이굽이 돌고 돌다가 어느 해수욕장 안내 표지를 따라 철지난 바닷가 백사장도 걸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으니 이곳 에도 어지간히 사람이 다녀 들 갔으리라.
드문드문 연인들이 정답게 밀어를 나누고 중딩 고딩 청소년들은 불꽃놀이 신이 나고 MT온 모양새인 젊은 남녀들은 어느새 갈 짓자 걸음이다.
아버지 횟집에 들러 회나 한사라 드시고 가지요?
야- 야- 됐다.
평소 에도 가까운 소래에는 더러 가는데 오늘은 그냥 가고 좀 서둘러서 심야 상영관이 있을만한 지방 도시로 나가보자.
요즘 뜨는 영화 뭐가 있지?
두어 시간을 더 달려 지방 도시 개봉관을 찾아 티켓을 예매하고 기다리는 동안에 저녁 식사를 하려고 극장 주변을 몇 바퀴 돌아도 눈에 차는 식당이 보이질 않아서 결국은 극장 안에서 햄버거로 ....
자정이 훨씬 지나서 극장 밖으로 나와서 새벽 동이 틀 때 까지 시간을 때울 양으로 PC방을 돌아보는데 영...
야- 이 시각에 여관에 드는 것은 돈이 아깝고 한적한 골목에 주차하고 한숨 붙이자.
조그마한 동네 공원길가에 차를 세우고 자동차 시트를 펴서 아들과 나란히 누워서 이런 저런 세상사는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아빠하고 이렇게 단둘이 여행 나선지가 꽤 됐지요?
모처럼 이런 기회를 맞으니 참 좋네요.
그래/ 나도 참 좋구나.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사나이 대 사나이로서 가슴을 연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이 더 좋고요.
누나랑 내가 늘 감사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큰 부자로는 못살았을지라도 귀하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셔서 무엇보다 감사드려요.
너희들이 그리 생각해 준다니 고맙구나.
엄마나 나는 너희들 내외 내외가 예쁘게 살아 주는 것이 더욱 고맙게 생각한단다.
아녀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어쩌다 어릴 때 얘기가 나오면 모두들 부러워해요.
가족 간에 같이 일구어낸 가슴 뭉클한 추억들이 없데요.
ㅎㅎㅎ...
어느새 우리 아들이 어른이 되었구나.
그러고 보니 난 아이들에게 달리 물려준 것이 없습니다.
자식이고 아내일지라도 그저 친구처럼 살아 준 것 밖에는...
어느 해 여름에는 피서 길에 나섰다가 폭풍우를 만나 온 가족이 텐트 안에서 텐트가 날아가지 않도록 사방을 붙들고 떨며 밤을 지새우고 ...
어느 해 늦가을 밤낚시에서는 온가족이 교대로 땔감을 주어다가 모닥불을 지피며 밤 추위를 달래고...
어느 해 겨울에는 얼어붙은 산골짜기 골짜기를 자동차로(지프) 넘나들며 수십 길 낭떠러지 옆을 지날 때에는 모두가 하나 되어 가슴조이고..
돌아보면 내게도 참 귀하고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어느 새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이제는 다 장성해버린 아직도 귀하고 사랑스런 내 자식들...
나는 달리 준 것이 없음에도 저희들은 받았다고 감사히 여겨주니 이것도 내게는 참 커다란 행복이지 싶습니다.
아들과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추억들을 더듬다가 날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아 몇 군데를 돌다가 작고 아담한 식당에서 정성스레 차려주신 인심 좋은 남도 음식으로 이른 아침을 맛있게 먹고서 다시금 이곳저곳을 돌며 아들과 얘기꽃을 피우다가 일찌감치 아들은 아들 집으로 나는 마눌이 기다리는 내 집으로 ...
아들과의 1박2일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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