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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하늘 Heaven's sky 두번째

예림의집 2008. 9. 7. 07:28

천국의 하늘 Heaven's sky

                                            두번째 이야기

 

 

 

“다…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정은이는 따지려고 남자를 세우고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 손 놔! 누가 당신 여자라는 거야!”

 

한참 숨을 거칠게 쉬던 정은이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뭔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왜…사람을 우습게 만들어…. 왜…왜….”

 

한참 울분을 토해내듯 소리를 지르던 정은이는 결국 울기 시작했다.
삼켜냈던 울음이 결국 삐져나오고 말았다.
소리를 죽이려고 했지만 죽여지지 않았다.

 

정은이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슬픔에 빠져 죽어버릴 것 같았다. 남자는 정은을 끌어안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큰 소리로 울어대는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다 울었어요?”

 

가까운 어느 벤치에 앉아 어깨를 감싸 안고 토닥여주던 남자는 정은이가 좀 그칠 기색을 보이자 자상하게 물었다. 정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피식 웃고는 근처 자판기에서 차가운 음료수 하나를 빼왔다. 정은은 얼굴에 닿는 차가운 캔의 촉감에 놀라 움찔했다.

 

“마셔요. 좀 진정이 될 거예요.”

 

남자가 빼온 음료수는 차가운 초콜릿 우유였다. 남자는 손수건으로 캔 주변을 세심하게 닦아서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우울할 때는 달콤한 게 제일이래요.”

 

정은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신다.

 

“…고마워요.”

 

한참 들이마시던 정은은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는 지 남자에게 미안하다고 멋쩍게 사과한다. 남자는 씨익 웃는다.

 

“괜찮아진 것 같네요.”

 

정은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는 것을 본 남자는 정은의 옆에 털썩 앉는다. 정은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남자에게 물었다.

 

“저…아까 오빠에게 여자가 생긴 건 어떻게 아셨…어요?”

 

“아….”

 

남자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음료수를 한 입 마시고는 살짝 한숨을 쉰다.

 

“…아까 지하철을 타고 올 때 그 남자를 만났어요.”

 

정은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남자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있었어요. 머리가 여기까지 오는 곱슬머리를 하고 컬러 콘택트렌즈를 낀 여자였어요.”

 

남자는 어깨에 손을 대고 이 높이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그 여자가 계속 남자에게 ‘정말이야, 정말 헤어지는 거야? 응?’이라면서 확답을 받고 있었고 남자는 낭패한 얼굴로 알았다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그러면서 전화를 하는데 곧 도착한다고, 기다리라고 하는 걸 보고 옆의 여자와 새로 사귀어서 전화한 여자와 헤어질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근데 그게 나일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요?”

 

“그 남자가 옆의 여자와 이야기할 때 커피점 이름이 나왔거든요. 물론 당신 이름도.”

 

정은은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엔 그냥 미리 가서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당장 당신을 보고 나니 결심이 흔들렸어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요.”

 

정은은 한숨을 쉬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컬러 콘택트렌즈….”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정은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한참 생각에 빠졌던 정은은 왠지 감이 잡히는지 미간을 좁혔다.

 

“…알 것도 같은데…누군지….”

 

그러자 남자는 멀리 보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다 다시 정은에게 옮겼다. 그리고는 정은의 어깨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정은이 놀라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묘한 표정으로 정은을 쳐다보았다. 눈은 화가 나 있었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정은이 당황하자 남자는 정은의 귀에 속삭였다.

 

‘생각하지 마요. 이제 당신은 내 여자니까.’

 

그 말에 정은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정은은 남자를 밀치려고 했지만 남자는 풀어주지 않았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다시 정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다 잊어요.’

 

그 말에 정은은 뭔가가 다시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은은 왠지 다시 울고 싶어지는 기분을 참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다. 남자는 이런, 이런- 하고 혀를 차다 손수건으로 자상하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한참 눈물을 닦아주다 남자는 정은의 동그란 뺨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쥐고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정은은 놀라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런 정은을 보며 남자는 귀여워 죽겠다며 웃었다. 정은은 남자를 밀치고는 벌떡 일어났다. 훌쩍거리며 눈물을 훔친 그녀는 눈물과 땀에 젖은 오른손을 바지에 쓱쓱 문질렀다.

 

“도와주신 건 감사해요. 다음에 한번 대접하겠지만…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고맙지 않아요, 저기….”

 

정은은 이름을 부르려다 문득 자신이 이 남자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남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왼손을 가리켰다.

 

“다음에 인연이 된다면 또 보겠죠, 최정은씨.”

 

그제서야 정은은 자신의 왼손에 쥐어진, 다 구겨진 남자의 명함을 펴보았다. 남자는 일어나 바지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뒤로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김정현. OO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


 

정은은 화들짝 놀랐다. 김정현이라니, 이 사람 유명한 사람이잖아! 정은은 놀라서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정현을 쳐다보았다.
정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정은은 신기루를 본 것 마냥 허탈한 소리를 내며 명함을 쥐었던 양 손을 내렸다. 정은은 연이어 다시 한숨을 쉬고 말았다.

 

 

 

정은이 가게로 돌아오자 가게는 한산했다. 그 덕택에 정은의 눈이 부어있다는 것을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이 눈치 챘다.

 

“악, 언니 눈이 왜 그래요!!”

 

미경이 놀라 뛰쳐나와 정은의 얼굴을 붙잡자 정은은 손을 떼어내며 웃었다.

 

“…헤어졌어.”

 

그 말에 가게에 있던 점원들 모두 소리를 질렀다.

 

“마, 맙소사! 정말요?!”

 

“말도 안돼, 언니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정은은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른 여자가 생겼대.”

 

“저…저런 정신 나간 놈 같으니! 언니 같은 사람이 또 어딨다고!!;;”

 

미경이 분노하자 정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내가 아는 사람 같애.”

 

“에에?!”

 

그 말에 점장이 다가왔다.

 

“누구든 간에 말이지, 정은아.”

 

정은이 고개를 들어 점장을 쳐다보자 점장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죽여 버려야 돼?! 앙?!”

 

“아하하;;”

 

너무 진지한 얼굴에 정은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뭘 죽여요, 이미 지나간 일인 걸;;”

 

“근데 누구 같아요, 언니? 아는 사람인 듯 하다면서요?”

 

“혹시 여기까지 오는 곱슬머리에 컬러 콘택트렌즈 끼고 남자한테 꼬리 잘 치는 여자라면 알겠어?”

 

“…….”

 

모두들 침묵했다. 모른다는 뜻이다. 그 때 갑자기 승아가 박수를 짝- 쳤다. 모두들 승아를 쳐다보았다.

 

“왜, 왜 몰라요!”

 

그러면서 승아는 오호호~ 하면서 엉덩이를 빼고 웃었다. 모두들 응?;; 하는 표정으로 승아를 쳐다보았지만 승아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흉내를 내었다. 그제 서야 정은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설마;;”

 

“서은영요, 서은영!! 작년 말에 여기서 한달 아르바이트하고 월급 받고나서 말도 없이 쏙 사라진 애!!;;”

 

그제서야 가게 사람들 모두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자기 이름을 은영이 아니라 ‘티나’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점장은 허탈한 얼굴을 했다.

 

“그래서 내가 ‘서티나’가 뭐냐고 한참 웃었더랬지;;”

 

“맙소사, 고년이 나타난 이유가 남자를 물색하려고 했던 거였을 줄이야!”

 

미경이 비명을 지르자 정은은 새파래진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만 얘기하자. 어차피 헤어졌어. 난 신경 안 써.”

 

“언니, 그걸 가만 둬요?! 가서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라도 쳐야죠!”

 

“맞아요!”

 

미경이와 승아가 발끈하자 정은은 빙그레 웃었다.

 

“담에 혹시라도 커피점에 오면 내가 커피 물을 부어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라구.”

 

정은은 쓰게 웃으며 앞치마와 모자를 눌러썼다.

 

“자, 일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