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오래전 농촌 어르신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중 낱말 맞히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어느 노부부에게 주어진 낱말은 "천생연분". 설명은 할아버지가, 정답은 할머니가 맞히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임자가 나랑 만나서 자식 낳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 있잖아!" 하지만 할머니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애가 탄 할아버지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가 감을 잡은 듯 입을 주욱 내밀더니 외쳤습니다. "웬~수!" 할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났지만, 다시 진지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봐, 임자랑 나랑 신랑 색시 되어 살을 맞대고 살면서 자식을 낳아 시집·장가보내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거 있잖아. 이제는 알겠지? 두자 말고 넉자, 넉자" 넉자라는 힌트에 할머니의 눈이 반짝이더니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했습니다. "평생웬수!".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살면서 숱하게 다투고 서로 상처 주는 게 부부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처음의 사랑은 옅어질지라도 정은 세월과 함께 더 끈끈해집니다. 미움과 원망은 미운 정으로, 사랑과 고마움은 고운 정으로 남아 서로를 끈끈하게 붙들어 줍니다. 그렇게 평생 함께 사는 것이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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