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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준 덕분에!

예림의집 2023. 1. 3. 09:11

믿어준 덕분에!

“선생님, 저 수호예요. 기억하세요?” 퇴근길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익숙한 길을 지나고 있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순간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머나, 수호야! 이게 웬일이니? 그동안 잘 지냈어? 요즘 어떻게 지내니? 아직 그 동네에 살아? 다른 애들이랑 연락해? 동생도 잘 있고?”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15년 전, 저는 어설픈 6학년 담임교사였고, 수호는 우리 반 아이였습니다. 3년 차인 저는, 의욕에 차서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에 없는 전 과목 문제풀이까지, 입시학원을 방불케 하는 학습량을 제공했습니다.

학급경영도 잘하고 싶어서,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교사들의 연수를 찾아다니며 여러 활동을 습득해서 수업에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반은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반 아이들이 가정집에 우유를 던지는 바람에, 경찰이 학교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학생 다섯이 무단결석해서, 교감선생님과 함께 온 동네를 뒤진 적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수호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보면서 될성부른 나무라고 칭찬합니다. 비록 공부는 못해도 내면이 단단한 아이가 될성부른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악의 없이 행동하는 수호가 저에겐 그런 아이였습니다. 넘치는 호기심에 가끔 도를 넘는 장난을 치지만, 금세 잘못을 인정하고 조언을 수용할 줄 알았습니다. 인정 많고 재치가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습니다. 수호는 "학창 시절에 각종 사건 때마다 자신을 믿어준 제가 고마웠다"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서투른 초보교사인 제가 한 것은 믿어준 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깨달았습니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고군분투한 것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이 아이의 성장에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하유정)

하유정 님은 비록 공부는 못해도 내면이 단단한 아이가 될성부른 나무라 생각하고, 그런 수호를 믿어주었다고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대응입니다. 말썽을 부리면, 우선 야단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대처방법입니다. 하건만, 문제를 일으킨 아이의 내면을 보고서, 야단치기보다는 믿어준다는 것이 보통 내공이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쉽게 말해서,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다음세대를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올바른 어른이 되고자 힘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