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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좋아하는 아빠

예림의집 2022. 10. 14. 09:33

라면을 좋아하는 아빠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건강 음식, 웰빙 마니아가 되셨고, 특히 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이 금지되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주 건강해서 아무거나 잘 먹지만 엄마는 아직도 음식에 예민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아빠가 면 종류의 음식은 다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라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 주말에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에 아빠는 후다닥 슈퍼에 가서 라면을 사 오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안 걸리면 될 거야!"
그리고 아빠의 눈물겨운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버너와 냄비를 준비하고, 냄새로 들킬까 싶어 창문을 다 열고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엄마가 안 계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라면을 다 끓여 드시고 엄마 몰래 설거지까지 마친 아빠는 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척 내밀며 행복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엄마는 그날 아빠가 라면 먹는 거 다 알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그러는 게 너무 애처로워서 한 번만 봐준 거라고 하십니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렇게 일상에서 발견되는 작은 행복들, 오늘만큼의 행복이 모이고 모여 행복한 인생을 만듭니다. 고작 라면 하나에서도 사랑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예림의집 이야기>도 여러분에게 라면 정도의 사랑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