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손으로 행한 일을 회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여러 귀신과 또는 보거나 듣거나 다니거나 하지 못하는 금, 은, 동과 목석의 우상에게 절하고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둑질을 회개하지 아니하더라"(요한계시록 9:20-21).
나는 교회가 세상의 희망임을 믿는다. 그런데 교회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만일 교회가 지금의 어둠에서 벗어나서 세상에 빛을 비춘다면 세상은 변화할 수 있을까? 세상이 교회의 가르침과 본과 섬김을 통해 도전을 받고 교회에서 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 모든 희망은 실현 불가능한 환상으로 판명될 것이다.
교회가 현실에 참여하고 공적 영역에서 바른길을 제시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하지만 현실의 변화를 낙관하는 것은 세상의 실상을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은 아무리 빛이 와도 그 빛으로 자신의 어둠을 깨닫고 회개하지 않는다. 세상은 회개하지 않는 완고한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보는 종말론적 세계 이해이다.
오늘의 정치적 상황의 변화, 경제적 평등의 실현의 꿈에서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가능한가? 어불성설이다. 마음이 완고하여 하나님을 떠나 있고 그 마음에 온갖 우상들이 가득하고 미움과 분노, 욕망과 이기심, 거짓과 허영이 지배하는데 정치적 경제적 제도의 변화가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탐욕을 더 부추기고 경제적 풍요로 인해 강화된 소비주의는 성도들마저 병들게 하고 우상숭배에 빠지게 하는데 누가 이 어둠의 거대한 조류를 거슬러 선과 정의를 추구할 수 있을까? 세상이 변화되어 하나님 나라에 가까워질 것을 바라며 사회에 영향을 주려 한다면 오히려 세상의 조류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처한 곤경이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어야 하지만 세상은 어둠을 회개치 않고 더욱 완고해지리라는 진실에 직면하는 게 우리의 고통이다. 세상이 비관적이라고 해서 저 하늘의 환상으로 도피하지 않지만,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면서 자신의 힘을 헛되이 낭비하지도 않는 균형이 지난한 일이다.
성도는 어둠이 짙어갈수록 더욱 빛으로 나아와야 하고 세상은 빛이 바로 옆에서 비추어도 더 깊은 어둠에 잠길 것이다. 그들의 우상숭배와 악행으로 하나님의 심판은 가중될 것이지만 세상은 자신들의 악함을 깨닫지 못하고 그 완고함은 깨지지 않는다. 이미 눈이 어두워 있고 세상을 지배하는 사상과 신념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재앙의 의미를 읽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강한 우상숭배와 거짓 치료제들만이 확산될 것이다.
많은 교회들은 이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거짓 위로와 평안을 남발하면서 환상적인 꿈으로 오도할 것이다. 세상은 진보하는 것이 아니고 더 타락하고 완고해지는 것, 이것이 기독교 세계관이다. 우리가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빛으로 사는 것은 세상이 더 나은 사회가 되리라는 희망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의 역사 안의 하나님 나라의 실현의 꿈만이 문제가 아니다. 복음주의자들이 꿈으로 말한 민족복음화니, 성시화니 하는 것도 순진한 환상이다. 민족이 바뀌고 도시가 바뀌는 일은 하나님의 역사의 목표가 아니다.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게 되는 비전은 낙관적인 비전이 아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비전이다.
교회가 그분의 빛가운데 서서 십자가와 부활에 연합하고 세상에 그 빛을 비추게 될 때 미움과 박해를 받고 이로써 하나님의 영광이 세상에 드러난다. 사람들이 꿈꾸는 정의와 평화의 세상은 이 땅에 도래하지 않는다. 세상은 진노의 심판을 당해도 심판의 나팔소리를 듣지 못하고 회개하지 않는다. 회개함이 없이는 하나님의 나라는 임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평등, 높은 문화와 삶의 질은 실현불가능하고 실현된다 해도 우리가 기대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참여하지만 우리의 소망은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이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우리가 주의 은혜로 회개하여 좋은 성도, 좋은 교회, 세상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주와 함께 죽은 성도들 안에 임한다. 회개치 않는 완고한 죄인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회개하여 거룩한 삶을 결단하는 의인들의 공동체가 거룩한 그루터기이고 하나님의 꿈이고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다.
우리는 세상에, 정치에 경제에 법과 교육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부정적인 현실은 종말의 빛 안에서 수용한다. 세상이 우리 희망이 되지 못하고 우리가 세상의 희망이 된다. 세상이 더욱 비관적일수록 우리의 소명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주여 주의 거룩한 교회를 세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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