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창천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간증을 해달라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거기가서 강의는 한 적이 있는데 왠 간증? 수요예배에 설교하는 시간이더군요. 가끔 옛일을 생각하면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초심을 찾는 일이지요. 제가 쓴 <하니님이 잡으신 연필>이란 책을 보고 기자가 전화했군요. 물론 송광택 목사님이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예전보다 판형이 더 커진 <신앙세계>을 보니까 객기가 생기네요. 논문을 쓰면서 좀 쉬어 가자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그냥 저를 한 번 생각해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선교회와 함께.
하나님이 잡으신 연필
손종국 목사(청소년교육선교회 대표)
어려서부터 교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몸과 마음을 바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얼마 후 우리 전도사님이 물으셨습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컴퓨터를 전공해서 돈을 조금 벌어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습니다.”
당시에 우리 가족은 어렵게 살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수학을 좋아해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일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주님에게 제 인생을 맡기고 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나를 위한 인생이 아니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어릴 때 화상으로 얼굴이 상하고 2층 창문에서 떨어져 죽을 뻔 하기도 하고 수영도 못하는데 한강에서 물에 휩쓸려 죽을 뻔 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들로 인한 가난한 시절들도 보내고. 그 많은 사건들 속에서 하나님은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흉터 하나 없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내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서 죽으셔서 하나님께 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신 것(롬 5:8)이 아닌가? 이미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셔서 이렇게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구나. 그 후에도 여러 번의 위험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임의 은혜로라”(고전 15:10).
그래서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신학자가 되거나 목회자가 되어야 하는데 또 한번의 변화의 기회가 왔습니다. 친구들이 ‘이 땅의 청소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게 하는 일’을 위해 청소년교육선교회를 만들었는데 저보고 총무를 맡아서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번역해보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10년 정도 번역을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고등부 사역을 오랜 동안 해왔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물었습니다.
‘나는 청소년 사역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전문사역자가 필요한가?’
‘그런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이런 단순한 결단으로 1987년 청소년교육선교회에 몸을 담아서 이제 27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중고등부 교사 강습회에 집중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교사 강습회’라고 하면 유초등부 교사를 위한 강의 위주였습니다. 아마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중고등부교사 강습회였던 거 같습니다. 방을 4, 5개를 만들고 하루 3개씩의 강의를 하며 4일을 했으니까 48개에서 60개의 강의가 진행이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200명 정도가 모이다가 90년대에는 400명이 모이길래 여름 뿐 아니라 신년에도 강습회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언젠가는 800명이 모였습니다. 각 방에 200여명의 중고등부 교사가 모여서 강의를 듣던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단시간의 강의로 교사를 무장시킬 수 없어서 1년 과정의 교사대학, 제자훈련, 상담대학, 지도자학교를 개설하여 1,2학기 모두 20주씩 훈련을 하였습니다. 그 때 훈련받았던 전도사님들이 이제는 50대 목사님들이 되어서 가끔 강의현장에서 만나곤 합니다. 그리고 교사분들은 지금도 소식을 나눕니다.
보다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구체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출판사역을 하였습니다. 교회 중고등부를 돕기 위해서 이론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109권의 중고등부 교육월간지 “교회와 청소년”을 발행했었고 “청소년 지도”와 “청소년교육” 등 청소년지도자를 위한 자료집을 30여권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훈련용으로 “하나님이 잡으신 연필”과 “화목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Im a P.M.-peace maker)”를 출간했습니다.
동시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하였습니다. “또래상담”이라는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청소년상담도 하고 교회교사를 상담가로 훈련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 때 “미술치료”를 교회학교에 접목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정신여고를 비롯하여 고등학교에 동아리를 만들어 청소년을 양육하기도 하고 총신대를 비롯한 대학과 신대원에 동아리를 만들어 청소년사역자들을 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요한 사역은 역시 중고등부 연합 수련회였습니다. 500명 규모의 수련회에서는 강의위주의 시간 보내기가 아니라 성경공부, 참여 학습, 코스훈련을 통한 생생한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였으며 300명 규모의 수련회에서는 “사랑을 엮어가는 우리들”, “예수·우리·비전”, “드려지는 삶”과 같은 주제지향적인 수련회를 진행하여 설교와 성경공부, 활동 프로그램이 동일한 주제로 진행되도록 하여 교육효과를 극대화 하였습니다. 훗날 예장합신의 중고등부연합수련회를 이러한 틀을 가지고 4년간 기획하여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는 성경을 읽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도전을 주기 위해 성경을 6등분 하여 창세기, 출애굽기-민수기, 통일왕국, 분열왕국, 예수님 생애, 사도행전을 내용으로 설교와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경내용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하나님을 알아가며 성경의 맛을 만끽하여 스스로 성경을 읽게 하는 성경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1차와 2차를 마치고 이제 3차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고 기가막힌 프로그램들입니다. 자료를 잘 정리하여 한국 교회 중고등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은 인생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속해 있어서 정말 전문적인 준비와 자세로 지도해야 합니다. 학업과 진로, 친구, 가치관의 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면서 논리적이고 추상적이며 이상적인 특성을 생각하며 청소년만의 독특한 모습을 인정하고 기대하며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엘리트 교육이 아니고 평범한 모든 청소년들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지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윌리암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태도가 바뀌어서 남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최대의 혁명이다.” 기독교 교육이란 ‘진리의 말씀을 가르쳐서 학생으로 하여금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수련회에서 만난 학생들이나 교사훈련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때로는 삐삐로, 그리고 편지와 전화로, 나아가 시간을 내어 만나고 교제하며 꿈과 힘을, 지혜와 함께 나누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요사이는 이메일과 채팅도 이용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만난 학생들 가운데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서 대구로, 광주로 달려가기도 하고 이제는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참 잘들 성장해주었지요. 하기야 저는 그들에게 일만 스승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수련회에서 만난 어떤 교사는 이렇게 편지를 하였습니다.
“목사님은 돌멩이(?)입니다. 왜냐하면 제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셨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나서 시외전화를 통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지금도 당신에게는 내가 돌멩이입니까?”
“그럼요....”
교육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제임스의 말처럼 저에게 혁명이 일어나기를 원합니다. 나아가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태도가 변하여서 학생의 태도가 변할 수 있다는 이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자각 속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가슴이 시리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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