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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교역자 실태·대안

예림의집 2012. 9. 24. 10:52

여성 교역자 실태·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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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47·여)는 남자 부목사 2명과 성도가 500∼600명 규모인 교회에서 전임전도사로 일한다. 그는 여성 목사가 인정되는 교단의 사역자로 예배, 심방 등 모든 교회 일에 부목사와 똑같은 역할을 감당했다. 하지만 부목사와는 달리 담임목사는 그에게 6개월이 지나도 설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언제 설교할 수 있는지를 묻자 담임목사는 ‘전도사에게는 설교를 안 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가 청년부를 담당하는 남자 전도사는 전임도 아닌 파트사역자인데 왜 금요일 심야 설교를 맡겼는지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담임목사는 A씨에게 “나는 여자를 강대상에 올리지 않는다. 여자가 목회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긴 한가”라며 “작은 개척교회나 특수목회만 할 뿐이지 규모 있는 교회에서 성공한 여 목회자가 누가 있느냐”라는 소리와 함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김혜숙 사무총장은 “남교역자는 성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교구사역을 맡기고 여자는 아기학교나 노인학교를 맡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차별 사례”라며 “이는 과거에 바깥일은 남자, 안의 일은 여자가 했듯 교회도 성 역할대로 분업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교역자에게 목사 안수를 위한 심사위원회에서 여성 비하나 성차별적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주요 교단의 양성평등자료집에 따르면 일부 노회의 목사 진급과정 심사에서 여교역자에게 ‘결혼을 못해서 목회하는 것이냐’ ‘얼굴이 예뻐 남자친구들(남성도)이 좋아하겠다’ ‘목회하려면 새벽기도를 해야 하는데 남편 출근은 누가 시키나’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여성 목사 안수가 허용되지 않는 교단을 제외하고 최근 4년간 신대원에서의 여학생 비율은 대부분 20%를 넘는다. 국내 주요 교단 신학교 가운데 감리교신학대학교 신대원이 올해 재적학생의 27.66%로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신학생이 가장 많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도 올해 246명으로 재적학생의 25%를 차지한다.

신대원 여학생 비율은 늘어났지만 여성 교역자의 출산·육아휴직 등 복지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 이를 위해 한 신대원 총여학생회는 ‘여성사역자의 복지정책 법규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교회 내 출산휴가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여성 목회자들이 피해를 많이 받음에도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는 게 문제”라며 “1500여명의 총대 가운데 여성은 10명도 안 된다.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기에 이 같은 공약을 내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여성목사안수대학위원장 유순화(63) 선교사는 “여신학생이 점차 늘어남에도 교회는 아직까지 배출된 여성 사역자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보다 여성 목사나 여성 장로가 당회에 더 많아진다면 교회 내 여성의 지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