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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예림의집 2011. 4. 14. 08:50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미국의 유명한 경영대학원의 수업 중에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강의실은 로마의 원형 극장과 비슷합니다. 85명의 1학년 학생들이 반원 형태로 둘러 앉아 있습니다. 교수는 맨 아래 중앙에 서 있습니다.

자, 생생한 간접 체험을 위해 우리가 이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저와 여러분은 이 수업에 옵저버로 처음 참가했습니다. 지금 교수와 학생들은 ‘인력 해고’에 대해 토론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해고가 당사자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교수가 가상의 기업에서 벌어진 사례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이 최고경영자라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를 해고해야죠”, 한 학생이 주저 없이 대답합니다. 확신에 차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 학생의 눈을 보면서 교수가 말합니다.

“교실에서 나가주십시오. 책을 들고 여기서 당장 나가주십시오.”

“뭐라고요?”, 그 학생이 당황해하며 말합니다.

“나가라고! 학생은 더 이상 내 수업을 들을 자격이 없어. 다신 수업에 들어오지 마”, 교수가 소리 지릅니다. 목소리는 단호합니다.

순간 강의실에는 불편한 침묵이 흐릅니다. 학생들 표정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들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옵저버로 참석한 우리 역시 갑작스러운 사건에 어쩔 줄 모릅니다. 처음 참석한 우리는 도대체 뭐가 잘 못된 것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의 눈은 교수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F를 피하기 위한 그의 눈은 간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학생은 소지품을 챙겨 출구 쪽으로 향합니다. 복도를 따라 걷는 그의 어깨는 축 처져 있습니다. 걸을 힘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 몇 명이 수근 됩니다. 어떤 학생들은 서로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학생들은 이 사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온갖 추측을 해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마, 지난 수업 때 지각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아.”

“아냐, 저 교수님은 지각한 사람에게 패널티는 부가하지만 수업에서 내쫓지는 않아. 지각한 사람이 저 친구 하나도 아니잖아.”

“오늘 교수 기분이 엿 같은 것 같은데. 마누라랑 싸웠나...”

“저 친구 불쌍하게 됐군. 아마 우리 교수님은 종신고용제를 지지하는 것 같아. 얼마 전에 신문사에 기고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 저 친구 대답이 교수의 신경을 긋은 거야. 분명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학생을 내쫓아? 이제 우린 입 다물고 살야겠네. 참나, 어이없어.”

“자네도 입 조심해. 교수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어쨌든 이 수업에서 F 받으면 우린 끝장이야. 교수 신경 거슬리지 않게 조심해야지.”


그 학생이 출입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교수가 입을 엽니다.

“돌아와 앉으세요.”

학생이 놀라 커진 눈으로 교수를 바라봅니다. 다른 학생들의 눈도 그 만큼 커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교수에게 집중합니다. 이윽고 교수가 그 학생과 다른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합니다.

“자, 이제 해고당한 기분이 어떤지 알겠지요?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도 느낄 수 있지요?”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침묵이 강의실을 채웁니다. 수군 거리 던 학생들의 입에서 “아...!”하고 작은 탄성이 새어 나옵니다.


이 일화는 ‘경영이란 무엇인가(조안 마그레타 / 김영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색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인력 해고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아니라 전달한 방식입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역량과 스타일, 상대방,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내용, 시간,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길게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짧게 말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침묵의 힘이 백 마디를 압도할 때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전문용어를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활용하든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표현과 이해 그리고 설득입니다.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이입’이고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실제로 겪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입이나 귀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감(五感)입니다. 오감으로 전달되고 느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그런 메시지가 가장 강력합니다.

 

 

홍승완 <kmc21@dreamwiz.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