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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총 맞은 듯한 그 고통의 순간

예림의집 2008. 12. 21. 07:04




그 사람과 헤어졌다.
헤어지자는 말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도망치듯 돌아섰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지금 왜 나는 혼자 집에 가고 있는 거지?

미친 듯이 울다가 또 어느 순간 실없이 웃다가 정신이 없다.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아서
자다가. 깨다가. 자다가. 깨다가만 반복했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 기운이 쏙 빠졌다.
침대 속으로 꺼져드는 것 같은 기분.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기분.
침대 밑으로 발을 내려놓으면 바로 주저앉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설 수 있다고 해도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기분.
그러고 보니 뭔가를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언제였지?


↑ 울어도 울어도 눈물은 나오더라

그의 전화기는 꺼져있고 문자의 회신도 없다.
왜 헤어졌지?
집으로 찾아가 물어볼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져볼까.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고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니 더 끔찍해진다.
차라리 잘 걸.

‘나쁜 자식’이라고 욕을 천 번쯤 할 때는 오히려 괜찮았는데
그 단계가 지나니 이제 내가 했던 행동들이 다 잘못인 것 같다.
나 때문에 헤어진 거구나. 내가 그때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끝없이 나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자책의 순간.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치고, 또 치고.
대답 없는 이별 앞에서 머릿속에는 이별의 이유에 대한 온갖 시나리오가 씌여진다.

그의 사진을 찢고 저장했던 문자를 지웠다가
어느 순간 문득 다시 끄집어내 사진을 이어붙이고, 지워버린 문자에 가슴을 치고.
울다가 잠들고.

그래도 깨달은 것은 있다.
마음이 아픈 것이 실제 가슴의 통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과
이렇게 아파도 죽지는 않는다는 것.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왜 헤어져야했는지도 알 수 있을까?

언제쯤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과연 돌아갈 수는 있을까?


이별 노래는 많았다. 원래 가요가 대개 사랑 아니면 이별 얘기고. 관건은 그게 얼마나 절절하게 사람들에게 와 닿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백지영이 새로 들고 나온 <총 맞은 것처럼>은 사람들에게 ‘맞아, 정말 나도 그랬어’라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 듯 보인다.

총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찾아온 이별은 그 상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처 때문에 괴로운 나날들을 선사한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고통의 순간을. 죽는 것이 이렇게 아플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들. 상대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거나 왜 헤어져야 하냐고 답 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시간들. 그 순간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랑하고 이별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힘들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바에야 죽지는 않더라는 것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이 언젠가 온다는 것을. 그렇게 궁금했던 이별의 이유가 어느 순간 이해가 되는 것 같은 순간이 온다는 것을.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언젠가 웃으면서 이 날을 생각할 날도 오리라는 것을.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지금 사랑에 총 맞은 그네들에게 말하노니,
힘내기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니.


 총 맞은 것처럼 /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웃음만 나와서 그냥 웃었어 그냥 웃었어 그냥. 허탈하게 웃으며 하나만 묻자 했어. 우리 왜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어떻게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잡아보려 해도 가슴을 막아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중략)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픈데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근데 그게 살아 진단다) 

어떻게 너를 잊어 내가 그런 거 나는 몰라 몰라 (잊을 수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된단다)

가슴이 뻥 뚫려 채울 수 없어서 죽을 만큼 아프기만 해 (다행히도 죽지 않는단다)

총 맞은 것처럼



* 사진: <총 맞은 것처럼> 뮤직비디오



글/ 젝시라이터 유혈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