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예림의집으로ε♡з/인생 가이드북

스물여덟-이별앞에 내가 초라해지는 이유

예림의집 2008. 12. 17. 06:36

2주전에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사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별한것도 아닌데 지금 나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스물여덟 , 나의 초라한 이별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1. 만남



그는 6년전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때 알게 된 동생이었다.

나보다는 두살이 어렸지만 내가 대학을 늦게 입학한것이기 때문에 늘상 내 주변엔 나이 어린 남자애들 뿐이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항상 나의 남자친구들은 죄다 연하일색이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원하던 학과에 입학한 기쁨에 들떠서 과대도 맡게되고 학교일에 무척 열심이었다.

그 과정에서 두명의 남자동생과 절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이건 지금 지나고 나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그 두명중 한명은 올해 결혼을 해서 유부남이고

그 절친한 남동생중 한명이 최근의 나의 전남친이 된놈이었다.



이놈과의 인연은 정말로 끈질겼다.

사귈때도 우리가 왜 친해졌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었는데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친해진 이유따위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애와의 첫 기억은 신입생 수강신청을 하는데 내 옆에 앉아서 "누나 무슨 수업 들어요? 같이 들어요" 하며 싹싹하게 말을 걸던 기억과 은근히 설레였던 기억 (사실 이것도 지금 나의 감정이 섞여 왜곡된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이 있다.



그렇게 1학기를 마쳤던거 같고 2학기의 어느날이었던가 정확히 그날은 2002년 크리스마스 100일전이었다.

이런 사소한 기억을 하게 된 이유는 뒤에 나온다.

이날은 정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지방에 위치해있던 학교 특성상 항상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그당시에는 조금 있었다.

나름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다 같이 살던 영향도 있었고 그때당시에는 모두가 약간씩은 미친-_-;; 상태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무튼 다들 한번쯤은 20대 초반의 혼동기가 있지 않은가..그런 베이스를 깔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겠다.



다시 100일전 밤.

학교 캠퍼스는 밤이되면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특히나 지방캠퍼스는 더욱 그러한데

학교 테니스 코트장을 지나면 풀밭이 있고 거기엔 벤치가 몇개 있다.

거기에서 그놈-_-이랑 나는 맥주를 몇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그놈이 나에게 휘성의 전할수 없는 이야기 라는 노래를 불러주고

또 이따가는 "누나 한번 안아봐도 돼?"라는 멘트까지..



그날밤 그곳에서 나던 풀냄새..그애가 불러줬던 노래..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했던 포옹..

그모든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너무도 선명하다.



어찌됐건 그날밤 기숙사에 들어오는데 학번 동기들을 만났다.

1차로 그 동기들에게 "둘이 사겨? 되게 잘어울리네" 라는 말을듣고

2차로 기숙사 룸메에게 "오늘 사귀면 크리스마스가 100일이래!" 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언제나 행동파인 나는 질러버렸다

"우리 사귈래?"



이건 최근에 그놈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내가 사귀자고 안했다면 자기가 사귀자고 했을거라고

그러면 조금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겠는가..하는 이야기들을 한적이 있다.



어쨌건 그 당시에는 사귀자고 했고

나는 약간 즐겁고 들뜨고 그랬던거 같다. 누구나 연애시작점에 그러하듯..



그런데 3일인가..지나고 그놈에게 문자가 왔다.

그만하자



솔직히 그당시에 나는 멍했다. 아무 생각도 안났고 자존심도 상하고 이래저래 짜증도 나고

그래서 나는 쿨하게

너 맘대로 난 상관없어

라고 답했고

그리곤 아무일도 없는듯이 지나갔다.



라는건 그놈입장이고

나는 그 뒤로 초패닉상태에 돌입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놈은 그뒤로 얼마 안되어 학번 다른 여자애랑 사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그둘이 붙어다니고

심지어 내가 했던 동아리에 그 여자애도 들어왔다.

나는 이래저래 짜증이 났고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뒤로 해가 바뀌고 나와 친했던 그 두 동생놈은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때는 결국 그 여자애와도 헤어졌었고

바뀐 학교에서 다른 여자애와 씨씨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그 당시 나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남자친구를 만들었었고



그리고 연락은 뜸해지고..우연히 우리집앞에 지나간다며 5분정도 얼굴만 보고 나서는 5년동안 만나지 못했었다.



2. 미련



사실 올해초에 나는 5년이나 만난 그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는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아마 누군가와 장시간 연애끝 헤어져본 사람이라면 이해할텐데

유리잔에 물이 가득찰때까지는 모르다가

그저 한방울의 물이 떨어졌을뿐인데 그 유리잔안의 모든 물이 쏟아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이별이 그러했고 그저 강한 임팩트가 그 순간 찾아왔던것 뿐이었다.



이런 이야기하면 내가 참 나쁜년같지만

내가 그 남자와 5년이나 만날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그 남자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게 가장 큰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항상 그 남자애가 나를 이해해주려 노력하고 맞춰주려 노력하고 항상 참아줬었다.

헤어질때도 나는

그만하자라는 문자로 이별을 고했다.



마치 내가 당한걸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누구나 이별의 순간에는

이별도 힘이 들지만

이별을 하기전부터 자신의 삶에 뭔가 힘듦이 가득 차 있다.

나는 그때 내 인생 최대의 위기와 갈림길..그리고 좌절 등등에 휩쌓여 있었기 때문에

이별하고나서 한두달동안은 이별이라는 감정자체를 느낄수가 없었다.



하지만 힘든일이라는게 그렇지 않은가..시간이 흐르고 나면 뭐든지 무뎌지고 어느정도는 해결이 되어져 있다.

그와 이별한지 3달이 지났을때

그가 그리웠다. 외롭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였다.

그리고 그때 나의 인생의 모든것이라고 할수도 있었던 엄마가

암선고를 받았다.

나는 그때 정말 기댈곳이 필요했던거 같다.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내 어깨를 다독일 누군가가..그리고 그5년의 시간동안 나에게 그런 버팀목이 되준 그가 그리웠다.

전화를 해보니

전화번호가 바뀌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순간에도 참 찌질하게도 그놈의 친구에게 연락해서 굳이 그 바뀐 연락처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몇번 통화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놈..참 착한놈이다..-_-;;

그런데 그뒤로는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쌩까더라..이정도 되면 눈치채야한다..나와는 연락하고 싶지 않구나..라고



그래서 전화번호 지우고 연락끊었다.

요즘 가끔 그놈친구(나에게 전화번호 알려준 그친구ㅋㅋ)와 메신저질하는데

가끔 안부묻고..이런정도다. 정말..어딘가에서 잘살길 바란다.



그런데 내가 왜 5년사귄 남친 이야길 꺼냈냐!

그건 바로 그 5년 동안 나는 내 맘속에 지금은 전남친이 된..그 전할수없는 이야기 불러준 그 문제의 3일연애놈을 담아두고 살았다.

술먹으면 생각나는 사람을 좋아하는거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내가 딱 그랬다.

술만 쳐먹으면 그놈이 보고싶어서 전화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다는것을 내 주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남친까지도.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작 본인은 몰랐다는-_-;;



나는 그때 미련이 엄청 많았다.

그놈한테 잘해주고 싶은것도 많았고 연애질하면서 해보고 싶은것도 많았고(물론 뽀뽀도 포함됩니다-_-;;)

하고싶은게 엄청 많았는데 3일천하가 되어 버린것이었다.

그 모든 에너지가 갈곳을 잃고 방황해서 미련이 되고 집착이 되어버렸다.



3. 재회



글이 길어져서 생각이 안나는 사람을 위해 다시한번 언급하면

내가 2002년에 처음 만나 친해진 두명의 동생중 한명이 올해 8월에 결혼했다.

그 결혼식에 5년만에 그 놈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 내가 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미련과 집착 덩어리들을 어느정도 털어내고 그놈에게서 미련이 사라진 뒤였다.

그래서 그 결혼식에서 만났을때 나는 정말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그 편한 마음을 정말로 털어버리고 싶었다.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했고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 잊었다. 그래서 널 만나도 편하다."



이런 말을 하는 나를 어이없게 바라보던 그놈

"나는 누나가 그런줄 몰랐는데;;;"



암튼 그날 결혼식이 끝나고 그냥 가기 아쉬워서 우리집근처까지 와서 맥주한잔하고서는 헤어졌다.

근데 그날따라 비가 철철오고..나는 네비도 없는 차를 무식하게 끌고 다니는데 또 그날따라 길도 잃고..

의도하지 않게 나름 비오는날 드라이브도 하게되고..암튼 그랬었다.



그리고 한달뒤

나는 다시 학교에 복학하느라고 지방에 집을 알아보러 가야했고

우연히 전날 메신저에서 만난 그놈

오랜만에 가보고 싶다길래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또 의도하지 않게 그놈이 우리집 이사까지 도와주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맹세컨데 그때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달뒤

다음날이 개천절이라 서울로 상경하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술이나 마시자고 그런데 나 수업끝나고 가면 9시 넘는데 괜찮냐는 말에

괜찮다길래 택시비만 들고 나와라 누나가 술사마 하고 나갔고



그날따라 강남역에 왠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자리잡기 힘들어서 그냥 바에 앉아서

나는 맥주 9잔 그놈은 맥주 8잔을 마셔댔다.

바텐더들이 맥주를 정말 사랑하시나보다고 놀려댔다.



그런데..그애가 내 의자뒤로 손을 얹었는데

순간 나의 경계벽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애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근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그애가 말을 했다.

"아..사귀자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는데.."



그말이 끝나고였을까..사실 선후관계가 가물가물하다..맥주를 9잔이나 마셔댔으니;;



나는 그놈 턱을 잡고 입술을 가져갔다.



근데 사실..그때까지도 얘랑 사귈생각은 없었다.-_-;; 내가 나쁜년인가;;;;



근데 바텐더가 와서 그러는것이다. 두분이서 사귀시는 사이냐고



동시에

나는 "아니요"를

그놈은 "예"를 말했다.

그리곤 나를 툭 친다. "뭐야 이여자~"

"뭐가? 너 나랑 사귀는거야? 사귀자고 안했쟈나~!"

"뭐야..그럼 사겨"



다음날 눈을 떴을때

조금 후회됐다.. 이놈과의 과거도 있는데다가... 아흑..먼가 이건 아닌데 하는 후회?



근데 그순간 문자가 왔다.

잘잤어?



그리고 그날 한 문자가 40통은 온거 같다.

보고싶다는 말도 포함해서



4. 이별



암튼 남들 다하는 연애이야기 지겨울거 같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이놈과 언제든지 헤어질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음에 깔아두고 이놈을 만났던거 같다.

그래서 항상 불안했고 항상 헤어짐에 대비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150만원어치의 카드값을 물어가며 추억만들기에 급급했고

어쩐지 옛날에 해보지 못한 모든 연애를 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급기야

나는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결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결혼이라는것에대해 단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없다.



사실 남자를 만나서 어떠한 경제적인 의지를 한다거나 같이 공생을 해야하는 상황도 아니고

막말로 결혼안하고 혼자 살아도 평생 먹고 살정도의 돈은 있다.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거에 집착을 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엄마의 암선고가 아니었다 싶다.

내 든든한 버팀목이고 나의 정신적 지주였던 엄마가

언제나 내 옆에 있는게 아니고

내가 지금 소속되어있는 가정이 언제까지나 유지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불안감.

나는 이 불안감을 나의 가정을 꾸리는것. 나의 울타리를 만드는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마침 생긴 이 남자친구는 조건이 어느정도는 충족된다고 생각되었고

일단은 내가 지난 5년여간을 좋아했던 놈이 아닌가.

게다가 현재(지금은 과거입니다만) 사귀기도 하고..뭐 결혼하기 썩 나쁘지 않으니 그냥 결혼하고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게다가

20대 중반까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언제든지 또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사랑에 빠질수있다고 100% 굳게 믿고있었는데

일단 20대 후반이 되니까

그게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주는것도 그리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받는것도

그 모든 과정들을 순수하게 보는것도

모든게 힘들다는걸 깨닫게 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이남자와 끝까지 갈게 아니라면

이 귀중한 20대 후반을

연애놀음이나 하면서 쓰고 싶지가 않았다.

네가 나와 결혼하지 않을꺼면 헤어져 버리자.

이런 마음이 되어버린것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이별하게 되었다.

이별의 통고는 처음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나도 바다위의 흔들리는 나뭇잎마냥 불안정한 인간인데

그사람은 나를 잡아주긴 커녕 자기도 같이 바람부는대로 흔들리는게 싫었다.



솔직히 이별에 이유는 없다.

그저 이별만 남는다.



암튼 이별하고 나서 나는 정말 쿨하게 연락을 딱 끊었어야 했는데

구질구질하게 문자하고 전화해서 다시만나자고 잡고 싸이홈페이지에 들락거리고

찌질한 짓을 참 많이도 했다..그게 아닌거란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짓들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 이제 결론에 다 와갑니다..ㅎㅎ 힘내세요)



나는 요즘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잘못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건 비단 연애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중에 하나도 연애인데

몇번의 연애중 단 한번을 제외하고

항상 나는 내가 먼저 이별을 통고했다.

그리고 이별할때는

정말 사랑한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도 차갑고 매몰차게 그사람들을 버렸다.

추억도 사랑도 모두 다 부정하고 버렸다.

생각도 하지않고 그리워하지도 않고 잡는사람을 멸시하며 그리도 차갑게 굴었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것들이 후회가 된다.

그사람들에게 참 미안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조금 다정해도 될터인데..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게 후회가 되더라..

쿨한거..참 나도 좋아하고 멋진데

그냥 구질구질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내가 좀 정떨어질지라도

상대방에게 상처주는게 싫더라..



아마 지금쯤 그 남자애는

아..저여자 그렇게 안봤는데 참 구질스럽다..좀 정떨어진다..왜저러니?

이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남자와의 짧은 연애가 참 소중하고

같이 만든 추억들이 참 소중하다.

서로 바쁜 와중에 시간 쪼개서 만든 모든 추억들이 알알이 다 귀하다.

헤어졌지만..

비록 그남자에게 내가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헤어졌지만

나는 정말 그 남자가 자신의 반쪽을 만나 정말 사랑하고..사랑받고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비록 나는 찌질하게 남을지라도 말이다.



열여덟의 연애는 사랑이라 하기엔 너무 풋풋했고

스물둘의 연애는 뭐든 다 안다 자만했었고

스물여섯의 설레임은 간과해버리고

스물여덟의 이별은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내가 자라는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제자리 걸음이 아닌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