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교회 사역...♡з/교회 소식, 행사

그까짓 물 때문에 눈이 멀다니...

예림의집 2008. 10. 1. 08:50

가을을 재촉하려는지 연일 비가 오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아프리카에도 이런 비가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뿐이랴. 물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삼면이 바다고 땅위로는 수많은 강이 흐르며 땅속에는 지하수도 풍부하다. 수돗물 값도 비교적 싼 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물낭비가 심하다. 전 세계가 물 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겼고 있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양치질 한번 할 때 흘러보내는 수돗물의 양은 약 6리터, 난민 한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보다 많다. 샤워할 때 쓰는 물은 약 30리터, 아프리카 한 가족이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씻는 물보다 훨씬 많다. 실제로 외국생활을 하다보면 한국 사람들의 물낭비가 유난히 눈에 띈다. 학교 기숙사등 공동세면대에서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나 양치를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 사람이다. 나 역시 중동의 한 공중 목욕탕에서 무심코 사워기를 틀어놓은 채 왔다갓다하다가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크게 야간을 맞았다.

 

그러나 물부족 국가에서는 이 순간에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난 5월 다녀온 케냐 북부 주민들은 왕복 대 여섯 시간을 걸어가야 물을 얻을 수 있다. 이 일은 보통 여자아이들의 몫으로 아이들은 물을 긷는라 학교도 가지 못하고 오가는 길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렇게 애써 길어온 물도 식수로 적합치 않은 경우가 많다. 울타리도 뚜껑도 없는 노천 물웅덩이에서 사람과 짐승이 같이 물을 마시니 짐승 오물이 섞여들 것은 뻔한 일이다. 모기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곳 주민들은 말라니아나 콜레라, 장티프스등 수인성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깨끗한 물로 손만 씻어도 낫는 눈병에 걸려 영원히 시력을 잃은 7살자리 남자아이를 만났다. 또래 아이들처럼 까만 눈망울이 아니라 눈동자 전체가 하얀 막으로 덮여 있었다. 손을 잡아주니 좋아서 혓바닥을 내밀고 하얀 이를 들어내며 활짝 웃는다. 아이는 웃고 있는데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너무나 미안하고도 마음이 짠했다. 세상에, 그까짓 물 때문에 눈이 멀다니... 그래도 이 아이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설사병이나 골케라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한해 5백만 명, 깨끗한 물만 있어도 전 세계 유아사망률을 무려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물은 생명이다. 적어도 아프리카에서는 그렇다.

 

그 곳에 언제라도 깨끗한 물이 나오는 펌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아이들을 설사병에 걸려 죽지도 않고 눈병 때문에 눈이 멀지도 않고 여자아이들은 학교에도 갈수 있을 텐데...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펌프 한대 놓는데는 700만원디 든다. 700명이 만 원씩만 힘을 합치면 이들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셈이다. 괜히 마음이 놓인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