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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여친 보다 고양이

예림의집 2008. 9. 17. 10:56

오늘도 고양이가 놀러 왔다.

이렇게 저렇게 고양이랑 옆 집에서 알고 지낸 지도 1년 가까이 되어가니

우리 집에 있는 그 어떤 쉐어생 보다 오래된 친구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그 눈이 싫다고 하고

소리 없이 슬며시 나타나 놀래기는 것에 화가 난다고

뭐 이유야 다 있지만 그냥 싫은 것이다.



강아지랑 마찬가지로 고양이 역시 울음으로 자기 의사 표시를 한다.

단지 개는 짖거나 낑낑 거리지만 고양이는 그냥 운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나도 이제 조금은 고양이 소리에 길이 든다.

“니야옹~ 니야옹~” (저 왔어요. 문 열어 주셔요~~)

아니면 ‘나 좀 봐요.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야옹 야옹 울기도 한다.



나 말고도 주변에 고양이 때리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보통 큰 소리도 잘 안 치는데

가끔 식탁 위에 올라 가거나 목이 마르면 싱크대 밥 솥 근처를 기웃 거리면서

숱 가락에 있는 물기 따위를 핥고 하면 나도


“안 돼! 이 놈! 내려와~~”


한다.


고양이도 영물인지라 내가 ‘이 노옴~’ 하면 눈치 채고 얼른 내려 온다.


그래 방금도 놀러 와서 귀염 떠는 것을

나도 저녁 먹으면서

녀석도 맛있게 밥 먹였다.

(녀석만 그런지 고양이가 다 그런지 몰라도

밥을 다 먹고 나면 그 표시로 늘어 지게 기지개를 편다.

그럼 어지간히 먹었다는 증거다.)



그리고 나는 계속 천천히 저녁 먹는데

심심한 녀석이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싱크대 위를 올라 가려고 점프할 자세를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번쩍 �아 오르더니 또 싱크대 위에 올라가서 찬장을 살핀다.


“바리야~ 내려와!

거기 아무 것도 없어!

너 뭐 보고 그래..”


하는데도 오늘은 어인 일인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그래 귀찮지만 밥 먹다 말고 가서 내려 놓으려 하니

(평소 같으면 이 정도면 벌써 내려오는데 오늘은 계속 버틴다.)


초롱 초롱 한 눈으로 내게


“야옹~ 야옹~”

하며 무슨 말을 한다.


“뭐가 이 녀석아~~”


하고 안아서 내리려 다가 찬장 위를 보니 커다란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날 노려보고 있다. 고양이 보다 바퀴가 더 섬� 하다.


그러더니 녀석은


“니야옹~ 니야옹~” (거봐요~ 저기 바퀴 있어요~)


하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래서 고맙다고 내려 놓고 신문지 말아서 그냥 냅다

바퀴 후려 갈기는데 빗 맞아서 다리 한 개 벽에 붙어 놓고

줄행랑 쳤다.


찝찝한 와중에도 고양이 기특함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


짜식..

그래도 밥 값은 하려고 하네..

녀석의 그런 행동에 나도 점점 녀석이 좋아지고

고양이도 내가 점점 좋아지는 모양이다.


그러니 놀아 달라고

내 앞에서 누워서 비비고 내가 만져 주면 확 내 손을 깨물고

내가 아야! 하면 얼른 도망가고 또 내가 애간장이 타서 부르면

분명이 듣고도 못 들은 척 새침을 떨고 내가 달려 가서 안아주고

하는 것이 하여간 연애 하는 것 같이 재미 있다.


요 사이는 고양이 통조림이나 놀이터 겸 화장실 모래 장난 상자 말고

뭐 다른 장난 감이 없나 하다가 보드라운 끈을 찾아서 빙글 빙글

놀아주면 그 끈 잡으려고 신이 나서 논다.


그렇게 놀다 보니 옆 집에서 고양이를 찾는다.


“바리야~ 너 이리 안 와!!!”


“바리야, 엄마가 찾는다. 그만 가자.”


“어머, 죄송해요.”


“아니에요. 바리야, 엄마한테 가..”


하고 옆 집으로 넘기는데 녀석이 안 가려고 필사로 뻐댄다.

그렇게 넘기면 또 1분 있다 지네 집에서 도망쳐 와서 야옹 거린고

또 넘기면 1분도 못 있어 넘어와 야옹 거린다.




살면서 우리 엄니 말고

누군가 날 이렇게까지 좋아한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마음이 짠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어쩌면 잠시 였지만 날 사랑한다 말했던 지난 여친 보다

날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고양이는 비록 말은 안 통해도

나는 그냥 내 말을 하고

고양이는 고양이 데로 야옹 거리면서 내게 말을 한다.

그럼 우린 대부분 알아 듣는다.



사람이니 말은 해도

늘 다른 곳 보고

이해하지 못하고

알아 듣지 못했으니

어쩌면 고양이보다 우리는 더 소통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내게 바라는 것이 크게 없다.

연애를 못한다 타박하지도 않고

근사한데 데려다 주지 못한다 원망하지도 않고

술 마시지 않는다 잘 놀고 노래 못 한다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지도 않는다.


그냥 나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니

나 역시 그냥 고양이를 사랑해 주기만 하면

우리 서로 바랄 것도 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고양이 생각만 하고

고양이 글만 쓴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