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 벅적하다.
고등학교때 나이트는 커녕 이런 술집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내겐 아직 이런 분위기가 익숙치 않다.
저기 단체석에 우리 동문회 선배님들이 보인다.
조금 우중충 한게 마치... 드워프 여캐공대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첨탑 상층 오크 분위기다.
어색한 소개가 오고가고, 그만큼 술잔이 오간다.
그리고 그 보다 많은 시선이 오간다.
난 술이 약하다.
이내 '술기운이 오르는것 같습니다.' 라는 문구를 보게된다.
두어잔 맥주에 불타는 고구마가 되버린 날 보며, 몇몇 사람들이 놀리기도 한다.
'어라?'
시끄러운 음악 소리 사이로 아직 고등학생티를 못 벗은 듯한 여자분이 벌떡 일어 선다.
왼손은 숟가락을 쥔 채로 턱높이를 유지하고, 오른손은 젓가락을 쥔채로 맥주잔에 위치하고..
수 초간 머뭇거린뒤.. 이내 노래를 시작한다.
난 역시나 직감적으로 사태를 짐작해 나가기 시작했다.
1) 거기 애들은 좀 노냐.
2) 우리 애들은 좀 논다.
3) 우리 애들도 좀 논다.
4) 한번 보여나 줘 봐라.
그렇다. 이는 분명 두 모임간의 개인기 대결..
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이런 무대가 싫었다.. 숫기가 없었기 때문에...
더군다나 지금 일어난 여자아이는 상층몹들을 상대로 광역 도발을 쿨탐없이 뿌려대고 있었다.
노래가 채 끊나기 전에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교란.. 아니다.. 소멸해야한다..!!!!'
배를 쥐고 화장실로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후후... 성공했다..
라고 생각했을 무렵...
몹 하나에게 저항떴나보다.. 동문회장 형이 날 쫓아왔다.
인던이라 그런가... 화장실까지 쫓아오다니... -_-
"야, 너 어디가?"
"아 인섭이형 저 배가 아파서요.. 술이 취했나봐요.. 딸꾹.."
"선배들이 너 찾는다.. 얼른 가자"
"아 머리도 아프네요" (슬그머니 기댄다)...
"이 색히 어디서 뺑끼를 쳐 얼른따라와!"
ㅠ_ㅠ
후우... 소멸, 죽은척하기 다 저항뜨면 어쩌란말이냐... 회장형은 강하다.
끌려 들어간 자리에는 기대에 부픈 선배들이 박수를 친다.
후우.. 25명정도 되는 시선이 내게 맞춰져 있고, 난 무언갈 보여줘야 한다.
......
난 전사를 해야 했었나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10여초가 지났을 뿐이지만..
모든 대상에게 커다란 어그로를 쌓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드워프 여캐공대의 공대장.. 아니 우두머리.. 아니 그 동문회장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귓속말로
[문지연]님의 귓속말 : 혹시 그대안의 블루란 노래 아세요?
[문지연]님에게 귓속말 : 네 ㅠ_ㅠ; 알긴 아는데요...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젠 어둠이 밀려오네..."
아... 이 여자 내공이 대단하다.
난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다음 파트를 부르고 있다..
"저.. 파란 어둠 속에서 그대 왜 잠들어 가나... 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후우... 그러게
그대 눈빛 속에 나.. 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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