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을 팝니다"
부산 광안대교서 뻥튀기 파는 장애인 차진용-김미경 부부의 애환
집채만한 컨테이너 화물 트럭이 질주하는 부산 광안대교 앞 오거리. 트럭들이 질주하며 몰고오는 ''후폭풍''과 바닷바람이 합쳐져 육신이 온전한 사람도 제대로 서있기 힘든 곳이다.
위험천만한 이 곳에서 성치 않은 몸으로 몇 년째 ''뻥튀기'' 장사를 하는 차진용(38) 김미경(37) 씨 부부를 만났다.
차량들이 신호대기를 받아 서면 곧바로 양손에 뻥튀기 봉지를 움켜쥐고 운전자들을 향해 걸어가는 부부. 그 러나 뛰어도 부족할 판에 때론 미경 씨가 남편이 탄 휠체어를 밀고, 아니면 진용 씨도 함께 일어서서 뒤틀린 팔과 절뚝거리는 다리로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한 차량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이들 부부는 장애인이다. 진용 씨는 지체장애 1급으로 안동의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미경 씨를 7년 전 중매로 만났다. 비장애인들처럼 알콩달콩 연애 끝에 결 혼을 하고 4년전부터는 이곳에 함께 나와 장사를 하게됐다.
일정한 벌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정된 작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인들도 힘들다는 ''뻥튀기 장사''. 장애인 부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미경 씨가 임신을 했을 때는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들어와서 아내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배 안의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었다는 진용 씨.
하지만 진용 씨는 “잘해줄게” 하고 데려온 아내에게, 지금껏 위험한 도로 위에서 뻥튀기 장사를 시키는 것이 여간 미안하지 않은 모양이다.
진용 씨는 아내에게 무엇이 제일 미안하냐 묻자 “못해준 게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 편안하게 놀게 해주고 싶은데…." 라며 금세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한여름을 빼고 거의 사계절 내내 장사를 나서는 부부는, 4년 동안 뻥튀기를 팔면서 여러 손님들을 만났다고 한다.
한 번은 “뻥튀기 15개를 갖다 달라”는 손님 말에 신이 나서 들고 갔더니 “내가 언제 산다 그랬냐”라며 차를 몰고 가버리더란다.
그러나 만삭이 된 미경 씨를 보고 “출산일이 언제냐”며 신경을 써주던 손님도 있었고, 뻥튀기를 산다는 줄 알고 불러 갔더니 10만 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네주곤 재빨리 가버리는 손님도 있었단다. 진용 씨와 미경 씨 부부는 힘든 일도 많지만 뻥튀기를 사주는 시민들이 고맙기만 하다.
부부는 일곱 살 된 아들을 홀로 집에 두고 하루 종일 길바닥에 나와 "한 개에 천 원"을 외친다. 집이 외진 곳이라 홀로 남겨진 아이는 거의 매일 엄마가 차려둔 밥을 혼자 챙겨 먹으며, 또 혼자 놀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입학과 함께 당장 내년부터 들어갈 교육비를 생각하면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도로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부부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거짓말 안 하면 좋겠다. 그리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특히 장애인한테”라고 답했다.
불편한 몸에 어려운 살림까지 웃을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부부. 그러나 얘기하는 내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매일매일 ‘천 원의 행복’을 파는 차진용(38) 김미경(37) 씨 부부.
그 작은 행복이 마냥 감사한 이들 부부는 다시 신호가 바뀌고 차량들이 멈춰서자 "이제 장사를 해야겠다"며 서둘러 차도 위 운전자들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