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할 때, 그 아픔은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언젠가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와 소망입니다. 아버지(고故 장왕록 교수)가 계시는 천안공원묘지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바윗돌에 "나 그대 믿고 떠나리."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어디서 나온 인용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커다란 검정색 붓글씨체로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촌스럽고 투박한 말 같았는데, 어느 날 문득 그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다 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우리들 몫입니다. 아버지, 이곳에 오시고 나서 얼마 후에 거버 박사께 전화했습니다. 1950년대에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아버지를 가르치셨고,
퇴임 후 1980년대에는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계실 때 저를 가르치신 선생님 말입니다. 올해 91세이신데도 아직 정정하시지만, 가끔 건망증이 심하십니다. 이번에 전화를 드리니까, 아주 반색하시면서 “아, 왕록아! 오랜만이로구나! 그런데, 영희는 죽었지?”하셨습니다. 제가 “선생님, 이름을 바꿔 기억하시네요!”하고 말씀드리니까, 거버 박사가 “참, 그렇지? 미안하다. 너희 둘은 모습도 말하는 것도 너무 닮아서 말이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습과 말하는 것은 닮은꼴이지만, 아버지의 재능과 부지런함, 그리고 명민함은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저는,
아버지께서 하신 일과 하시고 싶었던 일까지 모두 닮고 싶어서, 아버지께서 보셨던 것과 똑같은 강, 똑같은 하늘, 똑같은 길을 보면서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영국작가 새무얼 버틀러는 "잊히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뵐 때까지, 아버지의 믿음을 기억하면서, 성실하고 부지런히, 그리고 용기 있게 살아가겠습니다. 내일 뵈어요, 아버지!(장영희)
그렇습니다. 아버지를 존경하면서 그 삶을 닮고자 했던 장영희 교수님, 비록 57세라는 젊은 나이에 소천하셨지만, 그녀가 남겨놓은 수많은 글들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아주 크게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리 언젠가는 두 분 장 교수님들처럼, 육신은 땅 속에 묻히고, 그 영혼은 하늘나라로 향하겠지요! 그 나라에 가기 전까지,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하여, 우리 모두 부단히 노력하고 힘써야겠습니다. 저는 중1 때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문뜩문뜩 아버지가 몹시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