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없는 할아버지가..
부족함이 없는 할아버지가..
요즘 18개월 된 손녀를 돌보는 집사람을 도와서, 저도 가끔씩 육아 보조를 하고 있습니다.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를 돕기 위하여 우리가 발 벗고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교육자인 할아버지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는 등 교육자로 살아왔지만, 교육과 육아는 전혀 다른 분야라는 것을 손녀를 돌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육아의 ㅇ자도 모르는 할아버지의 무지를 드러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아들네 집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게 기본상식인데,
손녀가 잠에서 깨기도 전에 제가 그만 초인종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벨소리에 놀란 아이는 바로 잠에서 깨버렸고, 저는 그날 하루 종일 집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손녀는 오후 2시쯤 낮잠을 잡니다. 하루는 낮잠을 자기가 싫은지 놀아달라고 보챘습니다. 집사람은 어떻게든 손녀를 눕히고 재우려 했지만, 저는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녀와 함께 뛰어다니며 함께 놀아주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어린이집에서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불을 끄고 자장가를 틀어주면서
아이들을 재우는 수면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의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위해서랍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제로 재우는 게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이랑 더욱 활기차게 놀아줬으니, 선생님 출신 할아버지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육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라는 아내의 핀잔을 반박할 도리가 없지만, 이렇게 손녀를 돌보면서 하나하나 몸소 배워가다 보면, 저 역시 언젠가는 육아의 달인이 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얼른 육아의 고수가 되어 손녀에게 부족함이 없는 할아버지가 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전재학)
제가 아는 맹 장로님에게 전화를 하면, 얼마 전까지는 "손주에게 밥 먹이라고 정신이 없다"라고 하더니, 지금은 그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로 바쁘다"라고 하십니다. 또 한 집사님은 얼마 전에 쌍둥이 외손주를 봤으니, 머지않아 맹 장로의 뒤를 따라가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직 나이도 중년이고, 자식도 없어서 손주 볼 일은 없어서 손주를 안고 있는 어르신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위의 글을 보면,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좋은 할머니가 되려면 미리 공부를 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할아버지, 좋은 할머니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