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의집 2022. 11. 11. 14:51

원칙만 지키면..

실업고 출신인 동생은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했습니다. 아버지와 하수관 청소를 나간 첫날, 그 열악한 환경과 심한 노동의 강도(强度)에 충격받았습니다. 이제껏 아우는 집안에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면서 잠만 주무시던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막노동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자식 둘에 할머니까지 감당해냈으니, 올바른 가장 노릇을 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그날부터 동생은 아버지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아버지가 어떻게 한 가정의 기둥으로서 버텨낼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원칙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원칙만 지키면, 어떻게 살아도 타인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동생이 어찌어찌 인맥을 통하여 병역 특례 업체에 취업한 날, 아버지는 "딱 여섯 가지 원칙만 지키면서 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과 놀이를 철저하게 분리한다. 둘째, 평소에 근력운동과 달리기를 병행한다. 셋째, 노는 날에 쓸 돈의 한계를 정확하게 정해놓는다. 넷째, 책임지지 못할 잠자리는 절대 가지지 않는다. 다섯째, 지금 이 순간을 매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섯째, 잘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서 계속 공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동생은 이 여섯 가지 법칙을 철저히 지켰고, 자격증도 땄으며, 약간이나마 저축도 했습니다.(천현우)

그렇습니다. 남들이 바라보는 눈길만 의식했다면, 하수관 청소를 하는 아버지가 그리 자랑스럽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쓴이의 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를 인정하게 되었고, 또한 아버지께서 일러주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라고 했습니다. 한 남자가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그가 하는 말에 권위를 갖게 된다면, 그는 진정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글쓴이의 아버지가 했다는 "원칙만 지키면, 어떻게 살아도 타인에게 손가락질당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고 적극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