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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모든 고독을 압니다

예림의집 2022. 8. 15. 13:59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압니다

저는 나무들을 좋아합니다. 크고 작은 온갖 나무들은 저에게 존경의 대상입니다. 특히 겨울나무가 좋습니다. 눈 덮인 응달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야말로, 저에게 진정한 외경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은 겨울나무를 두고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이야기도 바람한테서 듣고, 꽃 피던 봄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다"라고 묘사했습니다. 고교시절에 배운,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이양하 선생의 수필 "나무" 덕분에, 저에게 나무는 하나의 임오한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나무는 덕을 지녔습니다.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압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탓하지 아니합니다.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습니다. (중략) 나무는 고독을 압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압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압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압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을 알고, 함박눈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도 압니다.> 그땐 대학입시만 생각하고 읽어서였을까, 깊은 의미보다는 그저

의인법, 은유법 등만 공부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곰곰 읽어보니, 선생은 나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있는 주택에 사는 저에게는 이양하 교수의 수필에 많은 부분 동감하게 됩니다. 나무에게서 베토벤 느낌의 절대 고독 또는 장엄함을 느낍니다. 나무는 하나의 우주입니다. 그 품에 별빛이 스칩니다. 곤충과 애벌레들도 품고 살아갑니다. 미루나무는 제가 좋아하는 나무 중의 하나입니다. 고향집 강변에는 미루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서, 구슬치기도 하고 팽이 돌리기도 하면서 자랐습니다.(김동률 서강대 교수) 

제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도 감나무와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그 키가 엄청 높았습니다. 가끔 까치가 와서 나무 끝에 앉아 까악 까악 소리 내곤 했습니다. 지금은 매미소리가 한창이니다. 어릴 적엔 "까치가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라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까치소리가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매미가 시원하게 울어재껴서 곧 가을이 올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제가 휴가 중이던 두 주간 동안 국가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폭으로 안타까운 일들을 겪으신 분들이 조속히 회복되길 기도합니다!